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액이 500억달러에 육박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의 해외투자액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국내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4.2%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법인세 인상, 인건비 상승 등 정부가 지난 수년간 추진한 정책들이 기업에 부담을 줘 국내보다 해외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해외투자 498억弗 '사상 최대'
기획재정부는 작년 해외 직접투자(송금액 기준)가 전년보다 11.6% 늘어난 497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8일 발표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0년 이후 가장 큰 액수다. 해외 직접투자란 외국 법인의 지분을 취득하거나 외국에 영업소를 설치·운영 또는 확장하는 것이다.

해외 투자를 가장 많이 한 업종은 제조업으로 투자액이 163억7000만달러였다. 2017년 85억달러에 비해 92.7% 증가했다. 전년 대비 제조업 해외 투자액은 2014년 20% 감소한 뒤 계속 늘긴 했으나 증가율이 2017년까지 5% 미만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작년 6월 4조원을 투자해 일본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는 등 제조업의 해외 투자가 활발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해외 투자액은 전체 투자액의 32.9%를 차지했다. 이어 금융·보험업(32.6%) 부동산업(10.2%) 도·소매업(4.9%) 광업(4.3%) 순이었다.

지역별 비중은 아시아가 34.1%로 가장 컸다. 유럽(23.5%) 북미(22.8%) 중남미(16.3%) 중동(1.7%) 오세아니아(1.3%) 등이 뒤를 이었다. 국가별로는 미국(21.7%) 투자가 가장 많았고 케이맨제도(12.4%) 중국(9.6%) 홍콩(7.0%) 베트남(6.4%) 등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설비투자지수는 121.0으로 전년의 126.3보다 4.2% 줄었다. 이 지수는 기계류 운송장비 등 68개 부문의 내수 출하 및 수입을 분석해 투자가 얼마나 증감했나를 추정한 것으로 2010년이 기준연도(지수 100)다.

계절조정 설비투자지수를 보면 작년에 4개월을 제외하면 지수가 모두 전달 대비 감소했다. 계절조정 지수는 계절변동 요인을 제거하고 경기적 요인만 보는 것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