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승차공유) 문제 해결을 위해 꾸려진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그제 상생 방안을 내놓았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규제를 풀어 신산업을 키우는 쪽으로 가기는커녕 규제를 덧붙이고, 소비자의 핵심 요구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서다.

카풀 운행이 허용되는 출퇴근 시간대를 평일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못 박은 것부터 그렇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출퇴근 시간대’에 한해 카풀 영업을 허용하고 있는데, 시간을 특정함에 따라 카풀 업체의 운신폭이 줄어들게 됐다. 여당은 시간 제약 없이 하루 2회 허용해줘야 한다는 중재안을 내놨지만, 택시업계 반대에 밀렸다. 시간대 제한이 없는 것을 전제로 24시간 서비스를 준비해 온 업계 1위 풀러스와 후발 스타트업들은 사업 포기를 검토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해 유연근로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출퇴근 시간을 고정한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승차난이 심각한 심야시간에 카풀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더욱 문제다. 소비자 편익은 안중에 없이 기존 업계 눈치만 본 ‘무늬만 허용’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경제 국경’이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차량공유 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동남아 시장을 장악한 그랩은 물류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조차 규제 문턱을 허물어 차량공유를 비롯한 신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규제 없이 새 서비스를 수용한 뒤 일정기간 지켜보고, 부작용이 발생하면 점진적으로 제도를 보완한다’는 선(先)허용-후(後)규제 원칙을 내세워 차량공유, 인터넷, 드론 등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을 길러내고 있다.

한국은 정반대다. 신산업에 대한 시도가 기득권 장벽에 꽉 막혀 질식해가고 있다. 승차공유만이 아니다. 원격진료 등 신기술·신산업이 등장하면 기존 업계에서 ‘생존권 투쟁’에 나서고, 관료들은 잔뜩 몸을 사린다. 바이오 공유경제 등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사업 망명’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지난 6일 ‘제2 벤처 붐’을 대대적으로 일으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한 정부가 돌아서자마자 공유경제 기업들을 ‘멘붕’에 빠뜨렸다. ‘혁신성장’이라는 슬로건이 민망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