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고열에 턱밑 붓는다면 바이러스 침샘염 의심해봐야"
보육시설이나 초등학교 등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많은 감염 질환 중 하나가 유행성 이하선염이다. 흔히 ‘볼거리’로 불리는 이 질환은 대표적인 바이러스성 침샘염이다. 조재구 고려대구로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사진)는 “영유아들은 불편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인을 모르는 고열 증상을 보이거나 턱밑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면 침샘염을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입속에 있는 침은 건강에 다양한 영향을 준다. 소화액으로 작용해 음식을 부드럽게 바꿔 씹기 좋게 만들어준다. 아밀라아제 같은 소화효소로 탄수화물도 분해한다. 침에는 면역글로불린, 락토페린, 라이소자임, 페록시다아제 등 다양한 항균물질도 포함돼 있다. 침은 공기 중 감염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한다.

침샘은 이처럼 중요한 기능을 하는 침을 분비하는 기관이다. 귀밑에 있는 이하선, 턱밑에 있는 악하선, 혀 밑의 설하선 등 입속에는 작고 많은 침샘이 있다. 침샘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모두 침샘염이라고 부른다. 침샘염이 생기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이다. 침샘에서 만들어진 돌 때문에 침샘관이 막혀도 염증이 생긴다. 쇼그렌증후군과 같은 자가면역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방사선 치료를 받아 침샘이 자극을 받았을 때, 선천적으로 침샘의 구조에 문제가 있을 때도 염증이 생긴다.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구강 위생에 문제가 있을 때, 약물을 복용하거나 금식 탈수 등으로 침 분비량이 줄어들면 입속 세균이 침샘관을 타고 들어가 염증이 생기기 쉬워진다.

바이러스성 침샘염인 볼거리는 환자를 통해 전파된다. 전염력이 상당히 강해 볼거리가 생겼다면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도록 감염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세균에 감염된 뒤 생기는 침샘염은 화농성 침샘염으로 분류한다. 수술을 한 뒤에나 만성 질환 때문에 탈수 상태가 됐을 때 생기기 쉽다. 침샘염이 반복해서 생기는 것을 재발성 만성 침샘염이라 한다. 재발성 만성 침샘염에 걸리는 주요한 원인은 침샘에 생기는 돌이다. 조 교수는 “침샘돌은 침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않아 침샘관 표피에 염증과 손상을 입힐 때나 칼슘염이 모였을 때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침샘돌은 주로 턱밑 침샘에 생기는데 두경부암이나 갑상샘암 수술을 한 뒤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침샘이 손상돼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침샘염은 다양한 원인으로 생기기 때문에 원인에 따라 증상도 제각각이다. 급성 침샘염이 생기면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다. 침샘이 붓고 통증이 있다. 열이 나고 덜덜 떨리는 증상도 호소한다. 급성 침샘염으로 고름이 생겼거나 염증이 심하면 안면마비로 이어질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만성 침샘염이 되면 밥을 먹은 뒤 통증이 심해 입을 벌리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통증이 시작된 뒤 3~10일 정도 증상이 계속된다. 고름 같은 침이 나오거나 침샘 주변 임파선이 붓기도 한다.

대부분 침샘염은 약을 먹거나 물만 충분히 마셔도 몇 주 안에 나아진다. 하지만 만성 침샘염, 면역 문제로 생기는 쇼그렌증후군 등은 건강 상태나 생활습관이 원인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침샘염이 생겼을 때는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맵고 짠 음식 등 자극적인 음식은 가급적 먹지 말아야 한다. 통증과 부기가 심하면 냉찜질이 도움이 된다. 침샘염을 예방하려면 규칙적으로 양치질을 해 입속을 청결하게 하고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당뇨병 환자나 만성 질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조 교수는 “반복적으로 침샘염이 재발한다면 침이 침샘 안에 고여 있지 않도록 식사 전후에 침샘 부분을 마사지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