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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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1시께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 앞.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본계약 체결을 저지해야 한다”며 건물 진입을 시도하는 대우조선 노조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이 수차례 “불법 시위를 멈춰달라”고 요청했지만 노조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경찰들을 온몸으로 밀어냈다.

이들은 이날 새벽부터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버스 20여 대를 나눠 타고 서울에 왔다. 애초 광화문에서 집회를 연 뒤 청와대 앞까지 행진할 예정이었지만 본계약 체결 장소가 산은 본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계획을 바꿔 여의도로 집결했다. 이에 경찰은 종로에 배치했던 16개 중대, 1200여 명 규모 병력을 긴급히 여의도로 옮겼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를 반대하는 대우조선 노조의 반발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이날 산은과 본계약을 맺고 인수를 본격화하면서 노조의 투쟁 수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의 실사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를 통해 산은과의 주식 교환 비율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 숨겨진 부실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대우조선 노조는 현대중공업의 실사를 막기 위해 서울사무소에 실사저지단을 파견했다. 지난 7일엔 촛불을 들고 옥포조선소를 둘러싸는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2008년에도 한화그룹의 인수 추진에 반발하며 실사 거부 운동을 한 적이 있다. 한화그룹은 노조의 방해로 결국 실사를 하지 못했고 2009년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대우조선 인수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 회사 노조는 이날 “노동자를 배제한 (본계약) 체결”이라며 “인수 반대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이날 거듭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약속했다. 두 사람은 “생산성이 유지되는 한 대우조선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보장은 기존 현대중공업그룹과 같은 조건으로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외 경쟁력이 있는 협력업체와 부품업체의 기존 거래처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