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강산·개성공단 재개?…검토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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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속도 내라고 했지만…
韓·美 대북제재 이견 수면 위로
韓·美 대북제재 이견 수면 위로
문재인 정부가 북핵 해법으로 내놓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관해 미국 국무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북제재와 관련해 ‘남북 경제협력 재개’를 추진하는 한국과 ‘비핵화 전 최대압박 유지’를 강조하는 미국 간 이견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핵 협상에 정통한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 대한 제재 면제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no)”고 잘라 말했다. 질문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속도를 내달라고 말했다’는 점이 언급됐지만 미 당국자는 추가 설명 없이 이같이 답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미 정부가 ‘비핵화 전 대북제재 유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남북한 경제협력 문제를 꺼낼 상황이 아니라는 시각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 당국자는 대신 제재 유지를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밝은 미래’를 선택하지 않는 한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美 '최대 압박', 韓 '경협 재개'…커지는 북핵해법 파열음
대북 정책에 관한 한·미 간 이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7일(현지시간) 남북한 경협의 제재 면제와 관련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3·1절 기념사와 지난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 간 파열음이 공개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2·28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비롯 외교·통일·국방부 장관들도 일제히 대북 유화책을 쏟아냈다. 남북 경협도 북한을 다시 협상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당근’으로 공공연하게 거론됐다.
이와 관련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5~6일 워싱턴DC를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 북핵 문제를 협의했다. 이 본부장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문제까지 거론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미 당국자의 이날 브리핑에 비춰 볼 때 이 본부장이 남북 경협 문제를 거론했더라도 미국 측은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비건 대표와 회동 등을 마친 뒤 방미 일정을 당초 예정보다 12시간가량 앞당겨 조기 귀국했다.
남북 경협뿐만 아니라 다른 북핵 해법과 관련해서도 한·미 간 의견차가 드러나고 있다. 미 당국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제안한 ‘빅딜(일괄타결)’ 방안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 내 누구도 단계적 접근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올인하라”며 북한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빅딜’을 제안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단계적 접근을 지지하는 ‘유화파’와 빅딜을 지지하는 ‘강경파’가 대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이를 부인한 것이다.
미 당국자는 미국이 말하는 ‘영변+α’ 개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제안한 건 대량파괴무기(WMD)의 완전한 폐기”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영변 핵시설 외에 ‘한 가지 더’가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 전체 폐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이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한 것과 대조된다.
미 당국자는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대해선 “어떤 의도인지 더 봐야 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 말처럼 북한이 과거 나쁜 행실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실망”이라고 경고했다. 또 “우주 발사체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약속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위성 발사를 이유로 로켓을 발사하는 것도 도발로 간주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동창리 발사장 보도 등과 관련해 “조금 실망했다”며 김정은에게 이틀 연속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와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6일치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정상가동 상태로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 정책이 하노이 회담 이후 보다 강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간 싸움에서 미국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란 추론이다. 미 당국자도 “트럼프 행정부 첫 임기(2021년 1월) 내 북한 비핵화가 달성 가능하다고 여전히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도 “공은 북한 측 코트로 넘어갔다”며 북한의 결단을 촉구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북핵 협상에 정통한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 대한 제재 면제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no)”고 잘라 말했다. 질문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속도를 내달라고 말했다’는 점이 언급됐지만 미 당국자는 추가 설명 없이 이같이 답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미 정부가 ‘비핵화 전 대북제재 유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남북한 경제협력 문제를 꺼낼 상황이 아니라는 시각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 당국자는 대신 제재 유지를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밝은 미래’를 선택하지 않는 한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美 '최대 압박', 韓 '경협 재개'…커지는 북핵해법 파열음
대북 정책에 관한 한·미 간 이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7일(현지시간) 남북한 경협의 제재 면제와 관련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3·1절 기념사와 지난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 간 파열음이 공개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2·28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비롯 외교·통일·국방부 장관들도 일제히 대북 유화책을 쏟아냈다. 남북 경협도 북한을 다시 협상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당근’으로 공공연하게 거론됐다.
이와 관련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5~6일 워싱턴DC를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 북핵 문제를 협의했다. 이 본부장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문제까지 거론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미 당국자의 이날 브리핑에 비춰 볼 때 이 본부장이 남북 경협 문제를 거론했더라도 미국 측은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비건 대표와 회동 등을 마친 뒤 방미 일정을 당초 예정보다 12시간가량 앞당겨 조기 귀국했다.
남북 경협뿐만 아니라 다른 북핵 해법과 관련해서도 한·미 간 의견차가 드러나고 있다. 미 당국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제안한 ‘빅딜(일괄타결)’ 방안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 내 누구도 단계적 접근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올인하라”며 북한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빅딜’을 제안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단계적 접근을 지지하는 ‘유화파’와 빅딜을 지지하는 ‘강경파’가 대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이를 부인한 것이다.
미 당국자는 미국이 말하는 ‘영변+α’ 개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제안한 건 대량파괴무기(WMD)의 완전한 폐기”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영변 핵시설 외에 ‘한 가지 더’가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 전체 폐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이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한 것과 대조된다.
미 당국자는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대해선 “어떤 의도인지 더 봐야 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 말처럼 북한이 과거 나쁜 행실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실망”이라고 경고했다. 또 “우주 발사체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약속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위성 발사를 이유로 로켓을 발사하는 것도 도발로 간주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동창리 발사장 보도 등과 관련해 “조금 실망했다”며 김정은에게 이틀 연속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와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6일치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정상가동 상태로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 정책이 하노이 회담 이후 보다 강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간 싸움에서 미국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란 추론이다. 미 당국자도 “트럼프 행정부 첫 임기(2021년 1월) 내 북한 비핵화가 달성 가능하다고 여전히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도 “공은 북한 측 코트로 넘어갔다”며 북한의 결단을 촉구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