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정수기' 콩팥 건강 지키려면 '소금은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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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만성콩팥병 예방법
만성콩팥병 예방법
오는 14일은 ‘세계 콩팥의 날’이다. 세계신장학회와 국제신장재단연맹은 콩팥(신장) 건강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2006년부터 매년 3월 두 번째 목요일을 세계 콩팥의 날로 지정했다. 콩팥은 ‘몸속 정수기’로 불린다. 인체 대사 과정이나 음식을 먹은 뒤 생기는 노폐물을 모두 이곳에서 거른다. 몸속 수분량과 전해질을 조절하고 다양한 호르몬도 분비한다. 콩팥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질환이 만성콩팥병이다. 콩팥이 망가져 몸속 노폐물을 제거하지 못하고 수분과 전해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때문에 콩팥이 망가지거나 다낭성 신장질환 등이 있을 때 만성콩팥병으로 이어지기 쉽다. 만성콩팥병의 증상과 원인, 예방법 등을 알아봤다.
구토, 근육통 등 만성콩팥병 증상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는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15만1511명이었던 만성콩팥병 환자는 2017년 20만3978명으로 34% 증가했다. 환자 4명 중 3명이 60세 이상으로 고령 환자가 많다. 나이가 들면 콩팥도 노화하기 때문이다. 대개 고령이 되면 콩팥 크기가 작아진다. 콩팥으로 흐르는 혈액도 줄어들어 콩팥이 노폐물을 거르는 기능이 떨어진다. 이를 ‘사구체 여과율’이라고 하는데 이 수치가 점점 줄어든다. 45세부터 사구체 여과율은 1년에 분당 1mL씩 줄어든다. 고령층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들 질환이 있으면 콩팥 기능이 더 빨리 떨어진다. 고령층은 폐렴이나 장염 때문에 열이 많이 나거나 설사로 심한 탈수가 생기면 신체 회복 능력이 떨어진다. 평소 콩팥 기능이 정상이었더라도 이런 질환이 생기면 콩팥 기능이 갑자기 나빠지기도 한다.
콩팥이 제 기능을 못 하면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나가야 할 노폐물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몸 안에 쌓인다. 이 때문에 생기는 증상을 요독증상이라고 한다. 몸에 독소가 쌓여 식욕이 떨어지고 독성을 다른 방식으로 배출하기 위해 구토 증상을 호소한다. 소화불량, 설사, 변비 등 다양한 소화기 이상 증상도 나타난다. 독소를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 몸이 피로하고 이유 없는 근육통 증상도 나타난다. 뼈질환, 근무력증 등도 만성콩팥병 환자들에게 흔한 질환이다. 사고력이 떨어지고 빈혈, 피부가려움, 성욕 감퇴 등도 생긴다. 증상이 더 심해지면 호흡곤란, 부종 때문에 투석 치료를 해야 한다. 투석 치료는 몸 밖에서 신장 기능을 대신하는 치료라고 이해하면 된다. 혈액 등을 밖으로 빼내 노폐물을 거르고 다시 넣어주는 치료다.
사구체 여과율의 정상 수치는 분당 80~120mL 정도다. 만성콩팥병은 사구체 여과율이 분당 60mL 미만으로 떨어질 때 진단한다. 만성콩팥병 단계로 질환이 발전해 콩팥이 손상되면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콩팥은 전체의 50% 정도가 망가져도 제 기능을 한다.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상태가 악화돼 치료할 수 없는 단계에서 증상을 느끼는 환자가 많다. 예방과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짠 음식 먹지 않는 게 예방 첫걸음
만성콩팥 병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짠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다. 조리할 때 소금 양을 조금씩 줄여야 한다. 고령층은 의식적으로 음식을 싱겁게 먹는다고 생각하고 조리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짠맛을 덜 느끼게 돼 젊을 때보다 염분을 더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다. 국이나 찌개를 먹을 때는 가급적 국물은 먹지 말고 건더기만 먹는 것도 좋다. 짠맛 대신 고소한 맛, 새콤한 맛 등을 내는 식단으로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음식을 짜게 먹으면 염분을 배출하려 콩팥이 일을 많이 하게 된다. 콩팥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짠 음식을 먹으면 콩팥이 더 큰 부담을 느낀다. 결국 콩팥이 과부하 상태가 돼 망가지기 쉽다. 윤혜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고령층은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다”며 “폐렴이나 장염으로 인한 탈수는 급성 콩팥병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음식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담배를 끊고 술은 하루에 한두 잔 이하로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주 3회 이상 30분씩 운동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윤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더 신경을 쓰면서 여러 가지 건강식품 등을 복용한다”며 “일반적인 비타민 등은 특별한 문제가 없겠지만 인터넷이나 방송에 나오는 건강식품을 지나치게 맹신하고 섭취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뇨 고혈압 환자 콩팥질환 주의해야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 환자라면 콩팥 건강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당뇨병, 고혈압은 콩팥 기능을 망가뜨리는 주요한 질환이다. 혈당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하고 혈압을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으면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운동·약물 치료 등을 해야 한다. 고혈압이 있다면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저염 식단을 지켜야 한다. 추운 날씨에는 몸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보온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콩팥 기능이 이미 떨어진 고령 환자라면 음식 등을 주의해서 먹어야 한다. 혈액 속 칼륨 수치가 갑자기 올라가면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지 않는 부정맥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사망 위험이 높은 질환이다. 당뇨 때문에 콩팥 기능이 망가진 환자는 혈당이 갑자기 떨어지는 저혈당 상태가 되기 쉽다. 혈당 수치가 50㎎/dL(데시리터) 이하로 떨어지는 저혈당 상태가 되면 떨림, 식은땀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실신하거나 사망할 위험도 있다.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이나 혈당강하제 용량도 환자 상태에 맞게 조절해야 하는 이유다. 고령층은 관절 질환 때문에 복용하는 진통제가 콩팥 기능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가 대표적이다. 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은 약물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박정환 건국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 치료는 기능 회복이 목표가 아니라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게 목표”라며 “한번 망가진 신장 기능을 되돌리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성콩팥병은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윤혜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 박정환 건국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는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15만1511명이었던 만성콩팥병 환자는 2017년 20만3978명으로 34% 증가했다. 환자 4명 중 3명이 60세 이상으로 고령 환자가 많다. 나이가 들면 콩팥도 노화하기 때문이다. 대개 고령이 되면 콩팥 크기가 작아진다. 콩팥으로 흐르는 혈액도 줄어들어 콩팥이 노폐물을 거르는 기능이 떨어진다. 이를 ‘사구체 여과율’이라고 하는데 이 수치가 점점 줄어든다. 45세부터 사구체 여과율은 1년에 분당 1mL씩 줄어든다. 고령층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들 질환이 있으면 콩팥 기능이 더 빨리 떨어진다. 고령층은 폐렴이나 장염 때문에 열이 많이 나거나 설사로 심한 탈수가 생기면 신체 회복 능력이 떨어진다. 평소 콩팥 기능이 정상이었더라도 이런 질환이 생기면 콩팥 기능이 갑자기 나빠지기도 한다.
콩팥이 제 기능을 못 하면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나가야 할 노폐물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몸 안에 쌓인다. 이 때문에 생기는 증상을 요독증상이라고 한다. 몸에 독소가 쌓여 식욕이 떨어지고 독성을 다른 방식으로 배출하기 위해 구토 증상을 호소한다. 소화불량, 설사, 변비 등 다양한 소화기 이상 증상도 나타난다. 독소를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 몸이 피로하고 이유 없는 근육통 증상도 나타난다. 뼈질환, 근무력증 등도 만성콩팥병 환자들에게 흔한 질환이다. 사고력이 떨어지고 빈혈, 피부가려움, 성욕 감퇴 등도 생긴다. 증상이 더 심해지면 호흡곤란, 부종 때문에 투석 치료를 해야 한다. 투석 치료는 몸 밖에서 신장 기능을 대신하는 치료라고 이해하면 된다. 혈액 등을 밖으로 빼내 노폐물을 거르고 다시 넣어주는 치료다.
사구체 여과율의 정상 수치는 분당 80~120mL 정도다. 만성콩팥병은 사구체 여과율이 분당 60mL 미만으로 떨어질 때 진단한다. 만성콩팥병 단계로 질환이 발전해 콩팥이 손상되면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콩팥은 전체의 50% 정도가 망가져도 제 기능을 한다.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상태가 악화돼 치료할 수 없는 단계에서 증상을 느끼는 환자가 많다. 예방과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짠 음식 먹지 않는 게 예방 첫걸음
만성콩팥 병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짠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다. 조리할 때 소금 양을 조금씩 줄여야 한다. 고령층은 의식적으로 음식을 싱겁게 먹는다고 생각하고 조리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짠맛을 덜 느끼게 돼 젊을 때보다 염분을 더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다. 국이나 찌개를 먹을 때는 가급적 국물은 먹지 말고 건더기만 먹는 것도 좋다. 짠맛 대신 고소한 맛, 새콤한 맛 등을 내는 식단으로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음식을 짜게 먹으면 염분을 배출하려 콩팥이 일을 많이 하게 된다. 콩팥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짠 음식을 먹으면 콩팥이 더 큰 부담을 느낀다. 결국 콩팥이 과부하 상태가 돼 망가지기 쉽다. 윤혜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고령층은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다”며 “폐렴이나 장염으로 인한 탈수는 급성 콩팥병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음식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담배를 끊고 술은 하루에 한두 잔 이하로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주 3회 이상 30분씩 운동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윤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더 신경을 쓰면서 여러 가지 건강식품 등을 복용한다”며 “일반적인 비타민 등은 특별한 문제가 없겠지만 인터넷이나 방송에 나오는 건강식품을 지나치게 맹신하고 섭취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뇨 고혈압 환자 콩팥질환 주의해야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 환자라면 콩팥 건강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당뇨병, 고혈압은 콩팥 기능을 망가뜨리는 주요한 질환이다. 혈당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하고 혈압을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으면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운동·약물 치료 등을 해야 한다. 고혈압이 있다면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저염 식단을 지켜야 한다. 추운 날씨에는 몸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보온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콩팥 기능이 이미 떨어진 고령 환자라면 음식 등을 주의해서 먹어야 한다. 혈액 속 칼륨 수치가 갑자기 올라가면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지 않는 부정맥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사망 위험이 높은 질환이다. 당뇨 때문에 콩팥 기능이 망가진 환자는 혈당이 갑자기 떨어지는 저혈당 상태가 되기 쉽다. 혈당 수치가 50㎎/dL(데시리터) 이하로 떨어지는 저혈당 상태가 되면 떨림, 식은땀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실신하거나 사망할 위험도 있다.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이나 혈당강하제 용량도 환자 상태에 맞게 조절해야 하는 이유다. 고령층은 관절 질환 때문에 복용하는 진통제가 콩팥 기능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가 대표적이다. 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은 약물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박정환 건국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 치료는 기능 회복이 목표가 아니라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게 목표”라며 “한번 망가진 신장 기능을 되돌리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성콩팥병은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윤혜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 박정환 건국대병원 신장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