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직접 고른 곡들로 오는 5월 전국투어에 나서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자신이 직접 고른 곡들로 오는 5월 전국투어에 나서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많은 연주 일정으로 체력과 정신이 소모되는 것 아니냐고요? 오히려 연주를 통해 저를 채워가는 느낌입니다. 쉬면 더 힘들어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0)이 오는 5월부터 시작하는 전국 리사이틀(독주회) 투어를 앞두고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5월 16일 울산 공연을 시작으로 제주, 수원, 강릉, 천안, 광주, 대구, 경주, 부산을 거쳐 6월 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까지 10개 도시 투어를 이어간다.

선우예권은 “콩쿠르 우승자 기념 리사이틀은 했었지만 제가 직접 고심 끝에 고른 곡들로 여는 첫 전국 리사이틀”이라며 “같은 프로그램들을 연주하면서 힘들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작곡가들과 더 밀접해지고 시간이 갈수록 성숙도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리사이틀에선 독일 낭만시대 음악가들인 클라라 슈만과 남편 로베르트 슈만, 요하네스 브람스 곡들을 연주한다. 선우예권은 “올해가 클라라 슈만 탄생 200주년인데 세 사람은 ‘러브 트라이앵글’로 유명할 정도로 서로 음악적인 영향을 많이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람스는 로베르트 슈만의 제자였고, 그가 사망한 뒤 클라라를 염모하면서 그를 향한 마음을 담아 곡을 쓰기도 했다.

공연은 클라라 슈만의 ‘노투르노 바장조’로 시작해 로베르트 슈만이 클라라에 대한 내적 갈등을 정열적 선율로 표현한 ‘판타지 다장조’를 들려준다. 2부에선 후기 작품들에 비해 가슴 끓는 감정을 담은 초기 곡인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 바단조’를 선보인다. 선우예권은 “삶에 지쳐 있거나 사랑을 시작해 행복해하는 사람, 외롭게 사는 사람까지 모든 이들의 감정을 위로해줄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1일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3·1 운동 100주년 기념식 무대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소개했다. 선우예권은 이자리에서 헌정곡으로 슈베르트의 ‘리타나이 D.343’을 연주했다. 그는 “앨범에도 넣고 콩쿠르 때도 연주했던 곡”이라며 “가곡 ‘죽은 영혼을 위로하는 시’를 편곡한 곡인데 독립운동가들에게 헌정하기 너무나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우예권은 “처음에 준비한 피아노가 ‘야마하’였는데 3·1 운동 기념식에선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바꿔달라고 요청했다”며 “다행히 행사 직전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교체됐다”고 귀띔했다.

그는 2017년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본격적으로 국제무대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그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많은 공연을 다녀서인지 공연장 자체가 갖고 있는 어떤 살아있는 느낌이나 연주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이 내게 더 큰 자극을 준다”고 덧붙였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