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가 누출되고 있습니다.”

가스밸브차단기에서 다급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스안전용품 전문기업 세이프텍이 개발한 인공지능 가스차단기 디벨에서 나오는 소리다. 김인규 세이프텍 대표는 “시간이 되면 가스를 잠가주는 기능만 있는 기존 가스밸브차단기와 달리 가스 누출을 스스로 감지하고 지진이 발생해도 가스를 차단해 화재사고를 예방해준다”고 설명했다.
김인규 세이프텍 대표가 가스 누출 시 스스로 밸브를 잠가주는 인공지능 가스차단기 디벨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김인규 세이프텍 대표가 가스 누출 시 스스로 밸브를 잠가주는 인공지능 가스차단기 디벨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가격은 낮추고 편의성은 높이고

김 대표는 27년간 SK에너지에서 근무했다. 2010년 상무로 퇴사했다. 2015년 사업을 시작했다. 전부터 알고 지내던 중소기업의 자동가스밸브차단기 사업부를 인수한 것이다.

사업 초기 주력 제품은 헤스타였다. 디벨처럼 타이머 기능 외에도 가스 누출과 화재 감지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기대만큼 잘 나가지 않았다. 왜 그런지 이유를 파악해 봤더니 도시가스를 설치해주는 기사들이 문제였다. 가스밸브 안전장치 등도 기사들이 직접 추천해주는데 이들이 헤스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타이머 기능만 갖춘 3만~5만원대 저가 제품은 배터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설치가 간단했는데 헤스타는 외부 전원을 쓰기 때문에 설치가 번거로워 기사들이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디벨은 헤스타의 단점을 개선한 제품이다. 외부전원에 연결할 필요 없이 AA 사이즈 배터리 4개로 작동한다. 기존 모델에 없던 지진 감지 기능도 새로 추가했다. 외부전원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디스플레이 기능 등을 간소화하면서 제품 가격도 절반 가까이 낮췄다. 음성안내 기능이 있는 제품은 13만9000원, 경고음만 나오는 제품은 11만9000원이다. 김 대표는 “인터넷으로 제품을 주문하면 전국 44개 지역 서비스센터에서 출장을 나가 설치해준다”고 말했다.

연 80만 대…빌트인 시장 노린다

세이프텍은 올해 초 디벨을 출시했다. 김 대표가 목표로 하는 연 판매 대수는 5만 대. 그는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르면 빌트인연소기(가스레인지)에는 안전장치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며 “연간 신규 주택만 해도 35만 가구여서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간 60만 가구가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하며 빌트인연소기를 설치한다고도 했다. 신규 주택과 리모델링을 합치면 연간 빌트인연소기 80만 대가 새로 설치되기 때문에 이 시장의 일부만 가져와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국가 인증을 받은 제품을 만드는 곳은 세이프텍을 포함해 전국에 두 곳뿐”이라고 강조했다.

세이프텍은 디벨로 해외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오는 5월엔 인도 뭄바이 전시회, 6월엔 중국에서 열리는 전자쇼 ‘CES 아시아’에 나선다. 지난해 4월 국제특허 출원도 마쳤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매년 주거형 건물에서 1만2000건 정도의 화재가 발생한다”며 “이 중 3000건 정도가 주방에서 요리하다 일어나는데 디벨이 화재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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