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당 운영 방안과 정국 주요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당 운영 방안과 정국 주요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시간 가까운 인터뷰의 절반 이상을 ‘경제’에 할애했다. 검사 출신으로 평생 공직에만 몸담은 그는 비록 ‘경제통’은 아니지만 현 정부의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며 경제 문제를 가장 많이 얘기하고 싶어 했다.

황 대표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을 보더라도 법인세를 다 낮추는 추세”라며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는 건 기업 봐주기가 아니라 경제 살리기”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인 2016년 12월부터 5개월여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을 당시 수출과 성장률, 실업률 등 주요 경제지표가 호전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제 살리기에 자신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연일 비판했습니다. 대안은 있습니까.

“소득주도성장은 잘못된 정책인 만큼 시급히 폐기해야 합니다. 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시장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하면 됩니다. 다만 경제적 약자가 다른 강자에 의해 합의를 강요당하는 일은 막아야겠죠. 이런 일들을 적절하게만 하면 시장이 살아납니다.”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2017년도에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사방의 길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게 아니라 장관이 직접 같이 가서 세일즈를 하도록 했습니다. 벤처기업에는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투자하자고 했습니다. 돈을 갚지 못해 실패하면 곧장 망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습니다.”

▶결과는 어땠나요.

“5개월 만에 권한대행직을 마쳐 단기간에 그쳤지만, 시장이 살아나고 성장률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검증된 성장이론을 적용한 것이지요.”

▶정부 규제개혁 노력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지난 정부에서 풀어낸 규제가 1만여 건입니다. 하지만 또 그만큼 새로 규제가 생겨났습니다. 이전 정부에서 규제개혁 성과가 부족했던 것은 맞지만 그래도 확고한 철학이 있었습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법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반대가 거셌습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샌드박스도 이전 정부에서 만든 겁니다.”

▶법인세를 놓고 국회가 매년 인상할지 내릴지 대립하고 있습니다.

“법인세를 낮추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 아닙니까. 그런데 법인세 인하를 ‘기업 도와주기’라고 오해하니 문제입니다. 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법인세를 낮추는 것이라고 해야 합니다. 기업 이익이 늘면 사회를 위해 환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겁니다.”

▶경선 당시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중소기업 간 공동 노력으로 얻은 이익을 공유하는 협력이익공유제는 시장경제에 맞지 않다고 분명히 말한 바 있습니다. 기업이 많은 수익을 내고도 환원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 적극적인 사회공헌을 하도록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당대표가 된 뒤 5일 만에 신속하게 당직 인선을 마쳤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7개월이나 지속됐을 만큼 한국당 상황이 어려웠습니다. 내부 시스템부터 정착시켜야 합니다. 아직 그 과정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조직 부총장은 고민 중이고, 지명직 최고위원 한 자리는 전체 틀이 다 짜여진 뒤 (마지막에) 결정할 생각입니다.”

▶‘계파는 없다’지만, 요직에는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이 배치됐다는 지적입니다.

“저는 입당 후 한 번도 ‘친박’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친·비박(비박근혜)이 누군지 알지 못할 뿐더러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얼마 전 새로 당직을 맡은 분들과 식사를 했는데 제 앞에 앉은 분들 대부분이 소위 ‘비박’이라고 불리더군요.”

▶당대표 경선 당시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위를 했습니다.

“지지계층을 넓히는 게 바로 당대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제는 후보로 나섰던 분들이 힘을 합쳐야죠. 이념적으로 중도에 계신 분들도 헌법 가치와 한국당의 정강정책에 동의하면 누구나 영입할 수 있습니다. 한국당은 한 사람이 소유하는 정당이 아닙니다.”

▶5·18 망언 논란에 연루된 일부 의원들에 대한 징계 논의가 지지부진합니다.

“국민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결정하겠습니다. 가급적 조속하게 처리하겠습니다만 언제까지 마치겠다는 식으로 시기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내년 총선의 공천 방향은 무엇입니까.

“상향식·하향식 공천 등으로 정치공학적인 구분을 할 일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공정’입니다. 어떤 형태든 공정한 공천이 되면 당원 대부분이 수긍하지 않을까요. 청년 공천 역시 공정이라는 가치가 담보돼야 합니다.”

▶여러 현안에 딱 부러지는 입장을 내지 못해 ‘황세모’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제가 결정을 못하는 게 아닙니다. 무조건 찬반 또는 ‘OX(오엑스)’에 줄 서라는 것은 초등학생만도 못한 수준입니다. 답하지 않아야 할 내용까지 한쪽으로 답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요.”

박종필/하헌형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