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비례대표 폐지·의원수 10% 축소" 역제안
자유한국당이 10일 국회의원 정수를 10%(30석) 줄이는 내용의 선거제 개편안을 내놓았다. 이날까지 개편안을 내놓지 않으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는 여야 4당의 압박에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역으로 제안한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사진)는 이날 한국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를 열고 “국민의 요구에 따라 국회의원 정수를 10% 감축하는 내용의 선거제 개편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폐지하고, 지역구 의원을 270석으로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그동안 의원내각제를 중심으로 한 개헌을 주장해왔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이날까지 한국당이 선거제 개편안을 내놓지 않으면 선거법을 포함한 쟁점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선거제 개혁안으로 여야 4당과 논의할 생각은 아직 없다”며 “선거법과 이념 법안들을 패스트트랙으로 묶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비례대표제 폐지와 정원 수 10% 감축을 골자로 한 한국당 안을 여야 4당이 수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례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선거제 개편을 진행했는데, 한국당은 오히려 비례대표제 폐지를 들고 나왔다”며 “합의를 볼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야 3당과 패스트트랙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4당은 11일부터 패스트트랙에 올릴 법안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당은 지난 7일 선거제 개혁안 외에 사법개혁안, 공정거래법, 상법 등 10개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자고 제안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강하게 반대할 만한 법은 없지만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법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견 수렴을 좀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법 개편안의 세부 협상도 한다. 민주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각각 225석과 75석으로 배분하고, 비례 75석에 대해 준연동제, 복합연동제, 보정연동제 등 중 하나를 적용하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야 3당은 민주당 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패스트트랙 논의가 이어질 경우 한국당이 다시 국회를 보이콧할 가능성도 있다. 나 원내대표는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며 “의원직 총사퇴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