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미·중 무역협상 최종 담판을 위한 정상회담을 여는 문제를 망설이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8일 보도했다. 정상회담을 연다 해도 개최 시점이 당초 알려진 대로 오는 27일이 아니라 다음달 초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하노이에서처럼 '노딜' 될라…트럼프와 담판 망설이는 시진핑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협상을 결렬시키고 걸어나오면서, 시 주석도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양자택일’의 압박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중국 내에 커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중국에 “좋은 합의(굿 딜)를 하든지, 합의하지 못하든지(노 딜) 둘 중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간 미·중 무역협상은 타결을 위한 최종 단계에 와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WSJ는 앞서 27일께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판 조율이 쉽지는 않은 분위기다.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는 이날 “협상이 진전을 이뤘지만 당장 합의할 수준까지는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정상회담이 다음달 초로 넘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을 하게 될 경우 결렬로 끝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실무선에서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두 정상은 합의문에 서명만 하게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동맹국을 향한 통상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1일 미 의회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행정부는 일본, 유럽연합(EU), 영국과 같은 전략적 파트너 국가들과 새로운 무역합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북 정상회담 기자회견장에서 돌연 일본의 대미 수출을 언급하며 “미국에 아주 불공정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U를 상대로도 자동차 수입관세 등을 무기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중동 최우방국 이스라엘을 상대로 농산물 시장 개방도 요구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