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는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를 카드로 살 때 결제 가능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소비자에게 가장 유용한 카드를 골라 자유롭게 결제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소비자와 카드사, 대형 가맹점 모두 당분간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소비자에 직격탄

현대차가 10일 신한·삼성·롯데 등 3개 카드사에 대한 가맹 계약을 해지한 데 따라 전국 현대차 지점 및 대리점에선 이들 카드로 결제할 수 없게 됐다. 기아차도 11일부터 같은 3개 카드사와 가맹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이용 가능한 카드는 KB국민·현대·하나·농협카드 등이다. 오는 14일 계약 해지를 예고한 비씨카드와는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사태는 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다. 신한·삼성·KB국민·롯데·하나 등 5개 카드사는 기존 1.8% 초중반 수준인 현대·기아차에 대한 가맹 수수료율을 0.14%포인트가량 올려 1.9% 중후반대로 한다는 방침을 지난달 통보했다. 지난 1일부터 이 같은 인상안을 적용했지만 현대·기아차 측이 반발하면서 관련 협상을 해왔다. 추후 협상이 타결돼 계약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결제 불통’은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매출 약 32조원(2017년 기준) 중 카드 사용 비중은 약 70%인 약 22조5000억원에 달한다. 현대·기아차를 사는 10명 중 7명이 카드 결제를 한다는 얘기다. 보유한 카드로는 결제가 안 돼 다른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당분간 카드 신규 발급이나 결제방식 변경이 필요한 고객에겐 차량 출고일을 연기하거나 출고 후 일정 기간 내 차량 대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고민 깊어지는 카드업계

결제 불편이 다른 가맹점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카드사들이 인상을 통보한 대형 가맹점 2만3000여 곳 중 상당수가 아직 인상 수준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일부 카드사가 한발 물러선 것은 카드업계엔 치명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차처럼 강하게 나가면 인상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라며 “카드업계 전체를 생각하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카드업계엔 현대·기아차와 수수료 조정에 합의한 카드사와 합의하지 못한 카드사 간 갈등 구조도 생겨났다. 당장 점유율 때문에 대의를 저버렸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연간 결제 규모가 조단위를 넘는 대형 가맹점인데 어떤 카드사가 계약을 끊고 싶겠느냐”며 “계약 해지 위기를 감수하고라도 합당한 수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정부가 제공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대형 가맹점 관계자는 “정부가 소상공인을 돕겠다면서 강행한 카드 수수료 정책이 소비자와 카드사, 대형 가맹점 모두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