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제조업체들의 해외직접투자(FDI)가 전년 대비 92.7% 증가한 163억7000만달러(약 18조6126억원)를 기록했다. 198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투자액과 증가율 모두 최대다. 반면 지난해 국내 설비투자는 1.6% 감소해 2009년(-7.7%) 이후 하락폭이 가장 컸다. 대기업조차 불황에 대비하느라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내 공장들을 장부가격보다 싸게 처분하고,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업체의 ‘탈(脫)한국’이 급증하면서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제조업 생산능력이 1971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1.1%, 통계청 집계)한 것이 단적인 예다. FDI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꾸준히 증가했지만 지난해처럼 국내 생산능력이 줄었던 적은 없다.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낮은 생산성에 비해 임금 수준이 턱없이 높은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가 근본 요인이다. 최저임금 급속 인상,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에 이어 반(反)대기업 정서에 편승한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 등이 기업 활동을 전방위로 옥죄고 있다. 전투적 노조,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먼 노동법규는 기업들엔 ‘산 넘어 산’이다.

기업들만 ‘탈출’을 고민하는 게 아니다. 해외 취업과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한국을 떠나는 국민들도 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다른 나라 국적을 얻어 한국 국적을 잃은 ‘국적상실자’가 전년보다 37.4% 증가한 2만6608명에 달했다. 2017년 이민을 떠난 사람도 841명으로, 전년보다 84.8% 급증했다. 한국 청년들의 일본 기업 취업도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만 명을 넘어섰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최근 “극심한 취업난으로 연애, 출산 등 7가지를 포기한 ‘한국의 7포 세대’가 일본 취업시장을 노린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마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월 내국인 출국자가 월 기준 사상 최고인 291만여 명을 기록하면서 1월 여행수지 적자도 18억6000만달러(약 2조1150억원)에 달했다. 소득수준 향상, 저가 해외여행 상품 증가, 저비용 항공사(LCC) 취항 노선 증가 등으로 내국인 출국은 크게 늘고 있지만 외국인 입국은 국내 관광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이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어서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 관광지가 외국인은커녕 내국인조차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엄격한 환경·관광 규제 탓에 관광명소에도 케이블카 설치가 어렵다. 카지노리조트 등을 허가해 주고도 정작 내국인은 발도 못 붙이게 해 해외로 내몰고 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인바운드(inbound·외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한국보다 적었던 일본이 관광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연 것을 참고해 볼 만하다. 일상화되다시피 한 미세먼지 해결도 ‘관광한국’ 매력 제고에 시급한 과제다.

국경 없는 경쟁 시대에 국가 경쟁력은 ‘국가 매력도’와 직결된다. 지금처럼 기업 활동과 투자, 거주는 물론 관광의 매력조차 날로 악화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 결과는 기업과 국민의 ‘엑소더스’ 가속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