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신기술을 개발해도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의 뒷짐지기 행정 탓이다. 공무원들이 관련 법령 개정 등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규제 샌드박스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린스케일의 ‘블루투스 전자저울’, 코너스의 ‘지능형 화재대피 유도시스템’이 대표적이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정부로부터 신기술로 인정받아 임시허가가 났으나 법적 근거(본허가)가 마련되지 않아 출시되지 못했다.

블루투스 전자저울은 측정치를 블루투스 기술로 스마트폰 등에 전송해 클라우드 방식으로 저장·관리할 수 있는 혁신기술이다. 지능형 화재대피 유도시스템은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해 화재 발생 시 최적의 대피 경로를 안내해주는 기술이다.

두 업체는 박근혜 정부 때 도입한 ‘신속 처리 및 임시허가 제도’에 따라 임시허가를 받았다. 두 제품은 당시 이르면 1년 뒤, 늦어도 2년 뒤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희망뿐이었다.

설완석 그린스케일 대표는 10일 “당시 임시허가 후 공무원이 본허가를 위한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아 신기술이 무용지물이 됐다”고 토로했다. 5억원이 넘는 빚만 남은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번엔 새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임시허가를 신청했다. 코너스도 임시허가 재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신기술을 임시허가해주고 있다. 그러나 부진한 성과를 낳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규제 샌드박스도 공무원들의 본허가 입법이나 법 개정을 의무화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때 임시허가 4건 중 본허가를 받은 것은 1건에 불과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규제 샌드박스라면 사업자에게 샌드박스에서 놀다가 4년 뒤에는 그냥 집에 가라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