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개최 예정이었던 ‘한·일 경제인 회의’가 갑자기 올 하반기로 연기됐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판결 등 한·일 관계가 경색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50여년간 한·일 재계가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창구 역할을 했던 ‘한·일 경제인 회의’가 예정대로 열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10일 한·일 재계와 외교 관련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재계는 5월13일 부터 사흘간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 51회 한·일 경제인회의’를 9월 이후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한·일 경제인회의는 양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는 한국과 일본 경제인 교류 모임으로는 최대 규모 행사다. 1969년 서울에서 1회 회의를 연 뒤 50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양국에서 번갈아 열렸다.

하지만 올해 행사는 일본 측 일한경제협회 측이 “일본 재계와 정부는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활동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길 바란다”는 명분으로 회의를 하반기로 연기하길 바란다고 입장을 전해왔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과 관련해 일본 정부와 재계에서 기대하는 수준의 대응책을 한국 측이 제시하길 바란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일관계가 냉각되면서 일본 재계 주요 관계자들이 한국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이에 한국측 한일경제협회도 “최근 한·일 관계가 갈등을 겪는 상황을 감안해 회의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회의 개최를 가을께로 미루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도쿄에서 열린 ‘한·일 경제인회의’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이 참석하는 등 양국 정치·경제계가 행사에 깊은 관심을 내비쳤다. 당시 아베 총리는 “한국과 일본 양국 관계가 어려울 때도 한·일 간 경제인 교류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지속됐다”며 “한국과 일본은 서로에게 돈독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