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보도 후 다시 협상테이블에
평행선 달리던 갈등 전격 해소
한국전력과 삼성전자도 이런 문제를 파악하고 2014년 5월 사업 계획을 짤 때부터 ‘안성 민심 잡기’에 나섰지만 촘촘한 규제와 지역 이기주의에 가로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해 1월 원곡면 주민들이 제기한 ‘송탄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 요구’가 대표적 사례다.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풀리면 안성에도 그럴듯한 산업시설이 들어설 것’이란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변했다. 상수원 보호구역제도를 관리감독하는 환경부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에 “식수로 쓰는 평택호 수질이 나빠질 수 있다”는 평택 주민의 반발은 결정타였다.
주민들은 4개월 뒤 송전탑 건립 대가로 “삼성전자 일부 협력회사를 안성시에 입주시켜달라”고 수정 요청했지만 이 또한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에 막혀 무산됐다. 삼성 협력사를 입주시키려면 이 지역에 산업단지부터 조성해야 하는데, 상수원보호구역엔 아예 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주민들이 산업단지 대신 물류단지 조성안을 들고나온 건 작년 8월이었다. 이번에는 ‘산간 지역에 조성하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안성시의 반대에 막혔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경기 안성)이 설치한 갈등조정위원회는 작년 11월 원곡면을 지나가는 13개 송전탑 중 마을 인근을 통과하는 송전탑은 땅에 묻고, 사람이 살지 않는 산간 지역 4㎞ 구간에만 송전탑을 짓자고 제안했지만 주민들은 거부했다. 이준건 갈등조정위원장은 28차례 회의에도 결론이 나지 않자 “더 이상의 논의는 무의미하다”며 사퇴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은 ‘5년째 송전탑에 막힌 30兆 반도체 공장’이라는 제목의 한국경제신문 기사(1월 18일자·사진)가 나간 뒤 다시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파국에 대한 부담을 느낀 이해당사자들은 중재를 맡은 김 의원의 설득에 견해차를 좁혀나갔다. 결국 5년째 표류해온 프로젝트는 산간지역 구간 중 1.5㎞를 추가 지중화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오상헌/고재연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