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의 선거제도 개편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해 “의원 총사퇴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내 113석을 차지하고 있는 제2 정당 의원들이 스스로 의원직을 내려놓는 ‘초강수’를 꺼내 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의 ‘의원 총사퇴’ 카드가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당이 총사퇴를 실행으로 옮긴다고 하더라도 국회 본회의 문턱에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회 의사국과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사퇴는 국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한국당 의원들이 자진해서 사퇴안을 제출한다고 해도 100여명 의원들이 물러나면서 생겨나는 혼란을 피하려 다른 당에서 사퇴안을 의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에 하나 한국당 의원들의 사퇴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113명의 의원이 일괄 사퇴를 한다고 해도 국회 내에서 한국당 의석이 전부 없어질 가능성은 없다. 한국당 내에는 현재 17인의 비례대표 의원이 있다. 이들이 사퇴할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명단에 등록된 후순위 비례대표 후보들이 한국당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비례대표직을 물려받게 된다.
[김소현의 팩트체크] 한국당이 ‘의원 총사퇴’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의원들이 사퇴해서 생기는 96개 지역구 공석은 2020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전까지는 비게 될 전망이다. 원칙적으로는 보궐 선거를 통해 의원을 다시 선출하는 절차에 돌입하게 되지만 올 4월 진행되는 4·3 재·보궐선거는 선거 실시 지역이 확정된 상태여서 올해 중 보궐 선거는 불가능하다. 재·보궐 선거는 1년에 한 번씩 치러진다. 다음 해인 2020년은 총선이 예정된 해여서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지 않는다. 결국 한국당 의원들이 총 사퇴하게 된다면 최소 96개 지역구는 1년여 동안 지역구 국회의원이 없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국회의 주요 기능인 입법 기능에 있어서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존 298명 의원이 하던 법안 심사를 200명 내외의 국회의원이 담당하게 되면서다. 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할 경우 야당의 견제 기능이 약해지면서 법안 심사 등이 졸속으로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의사일정 진행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본회의 정족수는 재적의원의 2분의 1, 의결 정족수는 출석 의원의 2분의 1이기 때문에 한국당 의원들이 없이도 본회의 개최 및 안건 의결이 가능하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 총사퇴는 현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정치적인 발언이라고 보고 있다”며 “만에 하나 의원 총사퇴가 현실이 되더라도 지역구 주민들은 불편을 겪겠지만 국회가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