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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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삼성·롯데 카드와 현대·기아차 간 수수료 협상이 불발되면서 가맹점 계약 종료라는 파국을 맞이하게 됐다. KB국민·현대·하나·NH농협·씨티카드와는 협상을 타결했지만 이들 회사와는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결과다. 카드사와 현대차의 힘겨루기로 인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됐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롯데카드와 현대·기아차의 협상이 결렬됐다. 이로 인해 가맹점 계약이 해지되면서 현대차 신규 구매 고객은 이날부터 해당 카드사로 결제가 불가능하다.

당초 카드업계에서는 카드사와 현대·기아차가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협상이 틀어지면서 고객 불편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업계 점유율 1, 2위인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결제가 막혀 소비자가 다른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신한·삼성·롯데카드로 결제를 희망하는 고객에 대해 차량 출고일을 연기하거나 차량 대금 결제 시한을 일정 기간 늘려주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고객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카드사와 현대·기아차는 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기존에 카드사는 0.1~0.15%포인트, 현대·기아차는 0.01%포인트 인상만을 고집해 입장차가 컸다. 하지만 지난 8일 현대차가 카드사들에 0.05%포인트 인상된 수준의 조정안을 제시하면서 한 발 물러섰다.

KB국민·현대·하나·NH농협·씨티카드는 기존에 자신들이 제시한 인상안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일단 현대·기아차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BC카드는 현대차가 예고한 가맹점 계약 해지일이 14일이어서 협상할 시간적 여유가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신한과 삼성, 롯데는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이번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은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에 따른 역진성 해소가 이유지만 현대차가 제시한 방안으로는 역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연 매출이 30억원 초과∼500억원 이하인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500억원 초과하는 초대형 가맹점보다 높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런 수수료율 역진성을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수준으로는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일반가맹점보다 더 낮은 문제를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 연매출 50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1.97~2.04%로 현대차가 제시한 수수료율보다 여전히 높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백화점 등 유통업계와 통신사 등 다른 초대형 가맹점들과의 수수료율 협상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카드사가 현대·기아차의 입장을 쉽게 받아들일 경우 다른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서도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일부 카드사와 가맹 계약을 해지한 상태지만 협상 창구는 여전히 열려있다"며 "가맹 계약 해지 상황을 오래 끌면 끌수록 카드사와 현대·기아차 모두에게 손해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양측이 이번주 중에 수수료 협상을 타결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