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 드론 전문 업체 지페이의 드론이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지페이 제공
농업용 드론 전문 업체 지페이의 드론이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지페이 제공
2014년 8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한 면화농장. 드론 3000대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중국 농업용 드론 전문업체 지페이의 제품이었다. 이들 드론은 두 달간 면화농장을 비행하며 효과적인 농약 살포를 위한 다양한 시험을 했다. 그리고 3년여가 지난 2018년 11월 말을 기준으로 지페이의 농업용 드론은 한국과 일본, 호주 등 세계 19개국에서 2만1731대가 사용되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만 1400명 이상으로 농업 분야만 한정하면 세계 최대 규모다.

세계 석권한 中 지페이 농업용 드론…사용 쉽고 오차 1~2㎝ '초정밀'
농업용 드론, 뭐가 다르길래

중국의 빠른 인건비 상승으로 농업은 제조업 못지않게 타격받고 있다. 특히 손이 많이 가는 면화를 1㎏ 생산하려면 2010년 1위안의 인건비가 들었지만 2015년에는 2위안으로 두 배가 됐다. 지페이가 농업용 드론의 가능성에 주목한 이유다.

하지만 농업용 드론은 일반 드론과 비교해 여러 가지 기술적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부식성이 높은 농약을 운반하고 뿌려야 하는 만큼 기체의 내구성이 더 높아야 한다. 나무 등 논밭의 장애물을 알아서 피해야 하며 넓은 농토 어딘가에 떨어지더라도 쉽게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농토 면적에 따라서는 조작자 한 명이 여러 개의 드론을 동시에 조종해야 할 수 있으므로 일사불란한 움직임도 필요하다.

다른 드론 제조업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지페이의 토지실측팀은 농업용 드론 사업의 특수성을 잘 보여준다. 10여 명으로 구성된 해당 팀은 드론을 구매한 이의 농장으로 찾아가 드론에 내장된 위치정보와 실제 땅의 오차를 바로잡는 일을 한다. 일반적인 드론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위치를 인식하지만 농업용 드론은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GPS는 장소에 따라 1~10m까지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오차면 엉뚱한 곳에 농약을 뿌리고 정작 필요한 작물에는 농약이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지페이는 GPS보다 정확해 군사용으로 이용되는 RTK시스템에 실측팀의 교정작업을 추가해 오차를 1~2㎝ 수준까지 낮췄다.

농약을 뿌리는 기술도 중점적으로 개발했다. 살포하는 농약 입자의 크기가 지나치게 크거나 분사 압력이 약하면 농약이 작물에 골고루 뿌려지기 어렵다. 지페이는 여러 시행착오 끝에 페라리 등 고급 자동차의 엔진에 적용되는 연료 노즐 기술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지페이의 드론은 지름 0.1㎜보다 작은 크기의 농약 입자를 지면에 분사한다.

농민이 이해하기 쉽게…

지페이의 최고경영자인 펑빈이 드론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7년이지만 농업용 드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14년부터다. 창업 초기 펑 대표는 드론 사업의 여러 영역을 놓고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를 저울질했다. 취미 및 사진 촬영을 위한 드론은 DJI라는 독보적인 사업자가 있는 데다 경쟁이 치열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 유관기관 및 군사용 드론을 팔기에는 관련 인맥 등이 부족했다. 물류용 드론은 이미 유통 대기업이 관련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거나 아주 작은 규모의 수익만 보장했다. 우연한 기회에 농업용 드론의 가능성을 알게 된 펑 대표는 2014년 신장위구르에서 대규모 농업용 드론을 시험한 뒤 본격적으로 해당 영역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페이는 농업용 드론에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줄였다. 드론업체임에도 사진 촬영용 드론은 DJI 제품을 사다 쓰 정도다. “사진 촬영을 제대로 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다른 업체의 제품을 쓰기로 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요 고객이 농민인 만큼 제품도 농민이 조작하고 활용하기 쉽도록 했다. 예를 들어 지페이의 드론 모델인 P20은 한번 비행으로 20무(畝·667㎡), P30은 30무의 면적에 농약을 살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 모델 이름만 들어도 농민이 자신의 농장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가늠하도록 했다. 종사자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농업의 특성에 맞춰 조작도 최대한 쉽도록 했다. “스마트폰을 쓸 수 있으면 지페이 드론도 날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기준이다.

2017년 말을 기준으로 중국에서 농업에 사용되는 드론은 1만 대를 넘어섰다. 이 같은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20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분야에 일찍부터 집중했던 지페이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