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AI 더한 중급형 기기
업계 1위인 캐논은 고급형 제품으로 취급받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가격을 100만원대 중반까지 끌어내렸다. 풀프레임 미러리스는 반사경을 제거해 기존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보다 크기는 작으면서 35㎜ 규격(풀프레임)의 이미지 센서로 고화질을 구현한 제품이다. 미러리스 카메라 분야 1위인 소니는 인공지능(AI) 기능을 더한 중급형 제품을 선보였다. 캐논과 달리 고급형 시장이 지닌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키겠다는 계산이다.
풀프레임 가격 하한선 깬 캐논
캐논은 지난 1일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인 ‘EOS RP’를 국내에 선보였다. 가격은 본체 기준 164만9000원으로 국내에서 지금까지 판매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중 가장 저렴하다.
EOS RP는 2620만 화소의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다. 듀얼픽셀 오토포커스(AF)를 지원해 0.05초 안에 자동으로 초점을 잡을 수 있다. 초당 최대 5장 연속촬영, 4K(3840×2160) 동영상 촬영 등을 지원한다. 무게는 440g으로 500mL 생수 한 병 무게 수준이다.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약 250장을 촬영할 수 있다. 전작인 ‘EOS R’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90만원가량 낮아진 가격과 가벼워진 무게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려는 캐논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캐논은 전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러리스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로 취급받고 있다. 늦게 시장에 뛰어든 만큼 가격승부로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캐논 관계자는 “소비자가 느끼는 풀프레임 카메라의 가격과 무게 부담을 줄여 보급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 중급형 기기에 AI 탑재
미러리스 시장 1위인 소니는 지난달 11일 미러리스 카메라 ‘a6400’을 내놨다. 2420만 화소의 APS-C급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제품이다. APS-C 센서는 풀프레임 센서보다 비교적 화질이 떨어져 중급형 기기에 주로 쓰인다.
대신 소니는 촬영 기능을 강화했다. AI 기술을 적용해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 거리, 피사체의 모양·밝기·움직임 등의 정보를 토대로 초점을 정확하게 조절한다. 이를 활용해 최저 0.02초 만에 초점을 잡아낼 수 있다. AI가 피사체의 양쪽 눈 위치를 빠르게 감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초당 최대 11장의 연속촬영, 4K 동영상 촬영을 지원한다. 무게는 359g으로 중급형 카메라답게 가벼운 편이다. 한 번 충전으로 400장 이상을 찍을 수 있는 오래가는 배터리도 장점으로 꼽힌다.
a6400의 본체 가격은 109만8000원이다. 전작보다 가격을 20만원 내렸다. 풀프레임 미러리스와 중급형 기기의 선을 확실히 긋겠다는 취지다. 소니 관계자는 “a6400은 AI 초점 기능을 비롯한 다양한 편의기능을 적용해 입문용으로 부담이 없다”며 “당장 가격을 낮춘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했다. 같은 듯 다른 전략
소니와 캐논 모두 지난해 풀프레임 미러리스 제품을 발매하며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전략은 다르다. 소니는 전문가를 위한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지향하며 고급화 전략을 앞세운다. 전체 카메라 시장은 줄고 있지만 풀프레임 카메라는 안정적인 수요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최근 2년간 3종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내놨지만 중급형 기기는 올해 들어서야 새 제품을 선보였다.
캐논은 기존 DSLR 시장을 지키면서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내놓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세계 DSLR 카메라 출하량은 2013년 1382만 대에서 지난해 628만 대로 줄어들 만큼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그러나 교체 주기가 긴 고급형 카메라 특성상 캐논은 자사의 DSLR 제품 충성 고객을 버려두고 고급형 미러리스에 완전히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신 기존 자사 제품과 겹치지 않는 시장인 100만원대 보급형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택했다. DSLR 시장이 여전히 미러리스 시장보다 크다는 점도 한몫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곧 미러리스 시장이 DSLR 시장보다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판매된 DSLR 카메라는 약 43만 대로 2017년 같은 기간의 71%에 불과했다. 반면 미러리스 카메라의 판매량은 9.2% 늘어난 53만1280대다. 일본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량이 사상 최초로 DSLR 카메라 판매량을 넘어섰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BCN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일본 풀프레임 카메라 판매량 중 53%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차지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