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국으로 확대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기존 교통수단이 미치지 못하는 단거리 이동을 보완하는 개인 맞춤형 이동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올 하반기 전국에 3000대 이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유자전거 시대, 한국에도 본격 개막
자전거를 필요할 때만 빌려 타는 공유자전거 시장이 활짝 열리고 있다. 카카오에 이어 쏘카 등이 이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공유자전거는 걷기엔 멀고, 차를 타기엔 모호한 거리를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소형 이동수단)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카풀 등의 승차공유 서비스에 비해 사업 확장이 쉬운 측면도 있어 업체마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차량공유업체 쏘카는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 ‘일레클’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나인투원에 투자했다. 든든한 자금력을 갖춘 쏘카의 지원을 바탕으로 일레클은 이달 중 서울 전역에서 350대의 전기자전거로 정식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연내 전국에 2000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국내에는 서울시의 ‘따릉이’와 같이 지방자치단체들이 운영하는 공공자전거가 잘 갖춰져 있다. 민간 공유자전거는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이용의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자전거 모델을 다양화해 틈새 수요를 공략하는 점이 특징이다.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라이클은 바퀴가 작은 자전거인 미니벨로부터 1000만원을 넘는 고급 산악자전거까지 다양한 모델을 갖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전거 판매점들과 협력해 대여·회수의 편의성을 높였고 개인 간(P2P)에 자전거를 빌려 타는 방식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에스바이크, 지바이크 등 또 다른 공유자전거 업체들도 전기자전거, 전동스쿠터 등을 추가로 도입해 이용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는 추세다.
해외 기업들도 공유자전거에 주목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도시화 현상이 심화돼 공해와 교통체증 문제가 계속되면서 자동차가 아닌 다른 이동수단으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며 “새로운 대체 수단에 큰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양한 유형의 마이크로 모빌리티 중에서도 전기자전거와 전동스쿠터가 가장 인기를 누릴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면허 취득에 대한 장벽이 낮아 쓰임새가 넓다는 점에서다. 독일 환경부는 “도심 10㎞ 미만의 짧은 이동은 자동차보다 전기자전거 등 저속 전기 이동수단이 훨씬 빠르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 승차공유업체 우버와 리프트는 공유자전거업체 점프바이크와 모티베이트를 각각 인수했고, 완성차업체 포드도 고바이크라는 자체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선보였다. IT 기반의 공유자전거는 몇 년 전 중국에서 먼저 급성장한 산업이다. 중국의 대표적 공유자전거 업체인 오포와 모바이크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세계 200여 개 도시에 진출하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너무 빨리 몸집을 불린 탓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길거리에 깔린 수많은 자전거가 관리 부실로 방치되면서 ‘자전거 무덤’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오포는 경영난에 빠져들어 회원들에게 보증금조차 제대로 돌려주지 못했고, 모바이크도 본사 대표가 전격 사퇴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자전거 관리·안전 확보에서 성패 갈릴 것”
이런 전례 탓에 국내에서도 공유자전거 관리가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지훈 나인투원 대표는 “이 사업은 자전거의 배터리 교체와 충전, 배치의 최적화 등을 매끄럽게 운영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도 “IT 역량을 활용해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황선영 카카오모빌리티 팀장은 “자전거 관리, 긴급 수리, 재배치 등을 전담하는 팀을 지역별로 운영할 예정이며 인력 채용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공유자전거 이용자 입장에선 안전 문제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카카오와 쏘카 등이 선보인 전기자전거의 경우 차도와 자전거 전용도로를 모두 달릴 수 있다. 최대 시속 25㎞까지 낼 수 있는데, 서행하는 자동차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사고가 나면 크게 다칠 수 있다. 또 도로교통법에 따라 자전거를 탈 땐 반드시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 일부 업체는 자전거와 함께 대여해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