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11일부터 원장 후보 등록을 시작하면서 의료계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대병원장 선거의 막이 올랐다. 서너 명의 후보가 병원장에 도전한 예년과 달리 올해는 후보자만 여덟 명이나 거론되고 있다. 원장을 선출하는 이사회도 도덕성 검증을 위한 사전질문서를 마련하는 등 고심하는 분위기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병원 이사회는 이날부터 오는 15일까지 임기 3년의 원장 선거를 위한 후보자 등록을 받는다. 역대 가장 많은 여덟 명의 후보가 입후보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사회도 후보자 면접을 위한 회의를 두 차례로 늘리는 등 일정 조정에 나섰다. 이사회는 후보별 공약을 면밀히 검증하기 위해 별도 프레젠테이션까지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고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장은 의사 사이에서 최고의 명예직 중 하나다. 대통령 주치의와 같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 데다 집행예산 규모도 크다. 서울대병원의 지난해 예산은 1조1751억원으로, 서울대(7973억원)보다 많았다.

올해는 서류 지원 단계부터 도덕성 검증에 초점을 맞췄다. 원장 지원자는 사전질문서를 추가로 작성해야 한다. 질문서는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부정행위, 음주운전, 성범죄, 징계, 가족사항 등 9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항목별 구체적 검증 질문까지 포함해 총 26개 답변을 작성해야 한다. 병원 관계자는 “도덕성 논란 때문에 지난해 서울대 총장 후보자가 낙마했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취지”라며 “원장 후보자가 많기 때문에 서류 제출 단계부터 스스로 검증해 도덕적으로 미달되는 후보는 지원 못하게 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병원 안팎에서 거론되는 원장 후보는 권준수(정신건강의학), 김연수(내과), 박노현(산부인과), 박재현(마취통증의학과), 방문석(재활의학과), 성명훈(이비인후과), 이정렬(흉부외과), 조상헌(내과) 교수 등 8명이다. 5월 말 임기가 끝나는 서창석 현 원장이 연임할 가능성은 낮다. 이들 후보자 중 몇 명이 자체 도덕성 검증을 거쳐 지원할지는 미지수다.

후보자 등록이 끝나면 이사회는 최종 후보 두 명을 투표로 결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이후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지금까지는 가장 많은 표를 받은 1순위 후보가 임명됐다. 이사회는 서울대 총장, 서울의대 학장, 서울대 치과병원장, 교육부·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차관 등 당연직 6명과 서울대병원장, 두 명의 사외이사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와 서울대 총장 등이 뜻을 모아 투표하는 후보가 당선돼 정부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며 “이번에는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야당인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출신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변수가 많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