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들이 자금력을 앞세운 시중은행의 지방자치단체 금고 싹쓸이 유치를 막아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부산·대구·광주·제주·전북·경남 등 6개 지방은행 노사는 11일 ‘지자체 금고지정기준 개선에 대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각 지방은행의 은행장과 노조위원장은 호소문에서 “최근 일부 시중은행이 과다한 출연금을 무기로 지자체 금고 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출연금의 많고 적음에 따라 결정되다시피 하는 현 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노사는 조만간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에 호소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지자체 금고는 금융회사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30점), 자치단체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15점),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18점), 금고업무 관리능력(19점),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 협력사업(9점), 기타사항(9점) 등을 평가해 4년마다 운영 은행을 정한다.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 협력사업 9점 가운데 4점이 출연금 규모다. 권희원 부산은행 노조위원장은 “사실상 다른 평가 항목들은 무시된 채 출연금 규모로만 금고가 정해지고 있다”며 “이런 폐해를 막으려면 출연금 항목을 평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은행들이 이처럼 호소에까지 나선 것은 그간 지방은행이 맡아 온 지자체 금고를 시중은행이 뺏어 가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광주은행은 23년간 운영해 온 광주 남구 2금고를 지난해 국민은행에 넘겨줬다. 광주은행은 또 KEB하나은행에 넘어간 순천시 2금고 선정 과정 역시 공정하지 않았다며 소송전을 펼친 바 있다. 대구은행 역시 3년 전 신한은행에 내줬던 안동시 금고 탈환을 벼르고 있다. 권 위원장은 “시중은행이 지자체 금고로 선정되면 공공자금이 역외로 유출돼 지방에는 자금 혈맥이 막히고 지역경제는 더욱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중은행들은 지방은행의 주장에 즉각 반발했다. 출연금을 제외한 평가 항목에선 지역 네트워크가 좋은 지방은행이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출연금을 내고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있어서 지자체 금고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신/임락근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