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 화장품 전세계 사람이 쓰게 하겠다"…건국대 축산과 '또라이'의 글로벌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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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만톤씩 버려지는 초유로 화장품 만드는 곽태일 팜스킨 대표
‘미친 듯이 몰입하지 않고는 어떤 일도 이뤄지지 않는다.’ 화장품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팜스킨 직원들은 출근하면 15개 항목의 ‘팜스킨 마인드’를 읽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중 하나다. 곽태일 팜스킨 대표(28)는 이 문구를 직접 작성했다.
그는 건국대 축산학과 3학년이던 2015년 독일 농가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독일 농부들이 젖소 초유(출산 직후 나오는 우유)로 핸드크림을 만들어 쓰고 있었다. 국내에서 초유는 대부분 그냥 버렸다. 초유 크림을 바르는 농부들의 손을 보고 더 놀랐다. 농부의 손이라기에는 너무 희고 부드러웠다. 이 장면은 그의 머리에 꽂혔다. 곽 대표는 졸업 직후인 2017년 초유 화장품으로 선후배들과 창업했다. 창업 2년여 만에 미국 일본 유럽 등 10개국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콜마는 곽 대표의 재밌는 아이템을 보고 마스크팩을 제조해주기로 했다. 독일 농가에서 우연히 본 것에서 사업 아이템을 떠올린 직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몰입, 스스로 기쁘게 일하는 재미, 글로벌 시장을 향한 도전 등이 팜스킨을 유망 스타트업으로 밀어올렸다.
지금 빠진 건 초유와 창업
곽 대표는 축산농가에서 자랐다. 초유가 어떤 것인지 잘 알았다. 어미소가 송아지를 출산한 직후부터 약 사흘간 나오는 우유. 초유는 이후 나오는 모유보다 100배 많은 영양분이 들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 버려진다. 악취가 나고 부패가 잘되기 때문이다. 면역 성분이 과도하게 포함돼 있어 사람이 먹을 수도 없다.
곽 대표는 “독일을 다녀온 뒤 초유를 집중 연구했다. 초유의 면역 성분이 여드름균을 죽이고, 다른 원료의 독성을 약화시켜줄 뿐만 아니라 세포재생과 미백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생각만 하던 창업은 2016년 11월 한 술자리에서 결정됐다. 휴학하고 신촌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선배, 옆 실험실 연구원 동기, 동아리 후배에게 곽 대표는 초유 화장품에 대해 설명했다. 다들 “재밌겠다”며 창업에 동참키로 했다. 회사 자본금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 마련했다. 학교 실험실 옆 작은 사무실을 빌려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초유와 관련한 국내외 논문과 특허를 모두 찾아봤다. 이를 통해 악취를 없애고 부패를 막는 가공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017년 11월 첫 제품이 나왔다. 하지만 잘 팔리지 않았다. 지인의 소개로 한국콜마의 마스크팩 전문 자회사 콜마스크 담당자를 만났다. 그는 “원료는 혁신적이지만 제품 디자인 등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곽 대표는 집을 올리브영 앞으로 옮겼다. 출퇴근 시간을 가리지 않고 시간만 되면 올리브영에 들렀다.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디자인’이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듬해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뷰티 박람회를 준비하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팜스킨이 배정받은 자리는 박람회장 구석이었다. 도면을 보니 맞은편이 스낵바였다. ‘그래, 샐러드 마스크팩은 어떨까’란 생각이 떠올랐다. 직원들은 아이디어를 보탰다. 토마토 아보카도 블루베리 등 건강에 좋은 슈퍼푸드를 활용하자고 했다. 이렇게 나온 제품이 ‘슈퍼푸드 샐러드 포 스킨’이다. 샐러드 용기를 이용해 포장했다. 이 제품은 박람회 현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콜마스크는 제품이 나올 때까지 곽 대표를 도왔다.
“농촌 젊은이들이 꿈꿀 수 있게…”
곽 대표는 처음부터 경쟁이 치열한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겨냥했다. 올 들어 3분의 1은 해외에서 보냈다. 미국 일본 등에 머물며 유통망을 뚫었다.
충북 청주 시골 마을에서 자란 곽 대표의 어릴 때 별명은 ‘또라이’였다. 중학교 때는 외계인, 대학교 때는 주식에 빠져 지냈다. 팜스킨 마인드 가운데 ‘미친 듯이 몰입하자’ ‘하고 싶은 일은 당장 한다’가 나온 배경이다. 몰입과 재미는 언제나 그에게 크고 작은 성취를 가져다줬다.
팜스킨의 사업 목표는 “한국에서 버려지는 연간 2만t가량의 초유를 수거해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게 하자”는 것이다. 곽 대표의 또 다른 희망은 “농촌의 젊은이들이 꿈꿀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버려지는 초유를 자원화해 농촌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얘기다. 그는 “농촌은 발굴하면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 아이템이 많은 유전(油田)”이라며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농촌 스타트업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그는 건국대 축산학과 3학년이던 2015년 독일 농가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독일 농부들이 젖소 초유(출산 직후 나오는 우유)로 핸드크림을 만들어 쓰고 있었다. 국내에서 초유는 대부분 그냥 버렸다. 초유 크림을 바르는 농부들의 손을 보고 더 놀랐다. 농부의 손이라기에는 너무 희고 부드러웠다. 이 장면은 그의 머리에 꽂혔다. 곽 대표는 졸업 직후인 2017년 초유 화장품으로 선후배들과 창업했다. 창업 2년여 만에 미국 일본 유럽 등 10개국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콜마는 곽 대표의 재밌는 아이템을 보고 마스크팩을 제조해주기로 했다. 독일 농가에서 우연히 본 것에서 사업 아이템을 떠올린 직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몰입, 스스로 기쁘게 일하는 재미, 글로벌 시장을 향한 도전 등이 팜스킨을 유망 스타트업으로 밀어올렸다.
지금 빠진 건 초유와 창업
곽 대표는 축산농가에서 자랐다. 초유가 어떤 것인지 잘 알았다. 어미소가 송아지를 출산한 직후부터 약 사흘간 나오는 우유. 초유는 이후 나오는 모유보다 100배 많은 영양분이 들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 버려진다. 악취가 나고 부패가 잘되기 때문이다. 면역 성분이 과도하게 포함돼 있어 사람이 먹을 수도 없다.
곽 대표는 “독일을 다녀온 뒤 초유를 집중 연구했다. 초유의 면역 성분이 여드름균을 죽이고, 다른 원료의 독성을 약화시켜줄 뿐만 아니라 세포재생과 미백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생각만 하던 창업은 2016년 11월 한 술자리에서 결정됐다. 휴학하고 신촌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선배, 옆 실험실 연구원 동기, 동아리 후배에게 곽 대표는 초유 화장품에 대해 설명했다. 다들 “재밌겠다”며 창업에 동참키로 했다. 회사 자본금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 마련했다. 학교 실험실 옆 작은 사무실을 빌려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초유와 관련한 국내외 논문과 특허를 모두 찾아봤다. 이를 통해 악취를 없애고 부패를 막는 가공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017년 11월 첫 제품이 나왔다. 하지만 잘 팔리지 않았다. 지인의 소개로 한국콜마의 마스크팩 전문 자회사 콜마스크 담당자를 만났다. 그는 “원료는 혁신적이지만 제품 디자인 등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곽 대표는 집을 올리브영 앞으로 옮겼다. 출퇴근 시간을 가리지 않고 시간만 되면 올리브영에 들렀다.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디자인’이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듬해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뷰티 박람회를 준비하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팜스킨이 배정받은 자리는 박람회장 구석이었다. 도면을 보니 맞은편이 스낵바였다. ‘그래, 샐러드 마스크팩은 어떨까’란 생각이 떠올랐다. 직원들은 아이디어를 보탰다. 토마토 아보카도 블루베리 등 건강에 좋은 슈퍼푸드를 활용하자고 했다. 이렇게 나온 제품이 ‘슈퍼푸드 샐러드 포 스킨’이다. 샐러드 용기를 이용해 포장했다. 이 제품은 박람회 현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콜마스크는 제품이 나올 때까지 곽 대표를 도왔다.
“농촌 젊은이들이 꿈꿀 수 있게…”
곽 대표는 처음부터 경쟁이 치열한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겨냥했다. 올 들어 3분의 1은 해외에서 보냈다. 미국 일본 등에 머물며 유통망을 뚫었다.
충북 청주 시골 마을에서 자란 곽 대표의 어릴 때 별명은 ‘또라이’였다. 중학교 때는 외계인, 대학교 때는 주식에 빠져 지냈다. 팜스킨 마인드 가운데 ‘미친 듯이 몰입하자’ ‘하고 싶은 일은 당장 한다’가 나온 배경이다. 몰입과 재미는 언제나 그에게 크고 작은 성취를 가져다줬다.
팜스킨의 사업 목표는 “한국에서 버려지는 연간 2만t가량의 초유를 수거해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게 하자”는 것이다. 곽 대표의 또 다른 희망은 “농촌의 젊은이들이 꿈꿀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버려지는 초유를 자원화해 농촌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얘기다. 그는 “농촌은 발굴하면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 아이템이 많은 유전(油田)”이라며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농촌 스타트업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