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어나는 ETF…주총서 목소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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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래에셋 등 자산운용사들
ETF 보유지분 의결권 행사
해외선 해지펀드와 표대결도
ETF 보유지분 의결권 행사
해외선 해지펀드와 표대결도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상장지수펀드(ETF)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직은 국내 증시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지만, ETF 시장이 매년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업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도 그만큼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글로벌 1위 ETF 브랜드인 아이셰어즈를 보유한 블랙록 등이 행동주의펀드와 기업의 표 대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기업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목받는 ETF 의결권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국내 ETF의 순자산은 43조98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내 주식형 현물 ETF는 32조8359억원이다. 현물 ETF는 ETF가 추종하는 지수가 담고 있는 주식을 운용사가 매입해 운용한다. 매입한 주식의 의결권도 운용사가 가져간다. 이와 달리 운용사가 증권사와 계약을 체결해 ETF의 기초지수 등락률만큼 수익을 내는 상품은 파생 ETF로 분류돼 의결권이 없다.
국내 최대 ETF 브랜드인 ‘코덱스(KODEX)’를 보유한 삼성자산운용, 2위 사업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주요 ETF 운용사들은 현물 ETF 보유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가령 코스피200 종목을 담고 있는 ‘KODEX 200 TR’은 지난해 9월 네이버의 액면분할에 찬성표를 던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도 지난해 SK하이닉스 주총에서 정관 변경 등에 찬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시총에서 자산운용사가 ETF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비중은 1.9%에 그친다. 아직 한국에선 ETF가 가진 의결권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시장전문가들이 ETF 운용사에 주목하는 건 ETF 시장 성장세가 빠르기 때문이다. 2014년 말 20조원 수준이던 ETF 순자산은 5년도 안 돼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수록 운용사가 갖는 의결권도 함께 늘 수밖에 없다”며 “액티브펀드와 ETF를 함께 운용하는 대형 운용사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에선 행동주의펀드 대항마로
해외에선 이미 ETF를 통해 덩치를 불린 대형 운용사들이 주요 기업 의사결정에서 ‘큰손’으로 떠올랐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넬슨 펠츠 트라이언파트너스 회장이 2015년 듀폰에 분사를 통해 사업구조를 단순화하라고 요구하자 블랙록이 이에 맞서 회사 손을 들어준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주주서한에서 “행동주의 투자자에게 굴복해선 안 된다”며 “그들이 원하는 내용을 모두 받아준다면 오히려 기업의 장기 성장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TF의 의결권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야누스핸더슨의 딕 웨일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3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패시브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가치 향상에는 무관심하기 때문에 진정한 주주라기보다는 ‘무임승차자’에 가깝다”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패시브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시브 운용사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패시브 투자자들은 한 기업이 지수에 포함돼 있는 한 무조건 주식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의결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는 장기 투자자라는 게 대표적인 논리다. 핑크 회장은 지난해 초 연례 주주서한에서 “주주들의 이익이 효과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국내 ETF의 순자산은 43조98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내 주식형 현물 ETF는 32조8359억원이다. 현물 ETF는 ETF가 추종하는 지수가 담고 있는 주식을 운용사가 매입해 운용한다. 매입한 주식의 의결권도 운용사가 가져간다. 이와 달리 운용사가 증권사와 계약을 체결해 ETF의 기초지수 등락률만큼 수익을 내는 상품은 파생 ETF로 분류돼 의결권이 없다.
국내 최대 ETF 브랜드인 ‘코덱스(KODEX)’를 보유한 삼성자산운용, 2위 사업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주요 ETF 운용사들은 현물 ETF 보유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가령 코스피200 종목을 담고 있는 ‘KODEX 200 TR’은 지난해 9월 네이버의 액면분할에 찬성표를 던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도 지난해 SK하이닉스 주총에서 정관 변경 등에 찬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시총에서 자산운용사가 ETF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비중은 1.9%에 그친다. 아직 한국에선 ETF가 가진 의결권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시장전문가들이 ETF 운용사에 주목하는 건 ETF 시장 성장세가 빠르기 때문이다. 2014년 말 20조원 수준이던 ETF 순자산은 5년도 안 돼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수록 운용사가 갖는 의결권도 함께 늘 수밖에 없다”며 “액티브펀드와 ETF를 함께 운용하는 대형 운용사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에선 행동주의펀드 대항마로
해외에선 이미 ETF를 통해 덩치를 불린 대형 운용사들이 주요 기업 의사결정에서 ‘큰손’으로 떠올랐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넬슨 펠츠 트라이언파트너스 회장이 2015년 듀폰에 분사를 통해 사업구조를 단순화하라고 요구하자 블랙록이 이에 맞서 회사 손을 들어준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주주서한에서 “행동주의 투자자에게 굴복해선 안 된다”며 “그들이 원하는 내용을 모두 받아준다면 오히려 기업의 장기 성장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TF의 의결권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야누스핸더슨의 딕 웨일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3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패시브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가치 향상에는 무관심하기 때문에 진정한 주주라기보다는 ‘무임승차자’에 가깝다”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패시브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시브 운용사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패시브 투자자들은 한 기업이 지수에 포함돼 있는 한 무조건 주식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의결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는 장기 투자자라는 게 대표적인 논리다. 핑크 회장은 지난해 초 연례 주주서한에서 “주주들의 이익이 효과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