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11일 오전 4시45분

유럽 금융회사가 역외에서도 유럽증권감독기구(ESMA)에 등록된 벤치마크(기준 지표)를 활용한 금융거래만 하도록 강제하는 벤치마크법 도입 시기를 유럽연합(EU)이 2020년에서 2022년으로 2년 미루기로 했다. 이에 따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공신력을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한숨 돌리게 됐다.

▶본지 2월 13일자 A23면 참조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벤치마크법 강제 적용 시점을 2022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EU에 본사를 둔 금융회사는 2022년부터 한국을 포함한 역외에서 ESMA에 등록된 벤치마크를 기초로 한 금융거래만 할 수 있다.

EU 측은 “해외 벤치마크가 금융회사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외국 금융당국이 주요 벤치마크와 관련한 법체계가 EU와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할 시간을 더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 금융당국은 CD 금리를 EU에 벤치마크로 등록할 시간을 벌었다. 5000조원이 넘는 금리스와프 시장이 크게 축소될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국내 대표적 단기금리 지표인 CD 금리는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자를 상대로 발행하는 양도가 가능한 예금증서에 붙는 금리다. 금리스와프, 주택담보대출 등 각종 금융거래에서 금리 산정 지표로 사용된다. 특히 시장 규모가 5594조원(지난해 3분기 말 잔액 기준)에 달하는 금리스와프 시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금리스와프는 금리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끼리 서로 다른 금리 조건을 교환하는 거래다. 주로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교환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는데, 이때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가 CD 금리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EU의 벤치마크법과 성격이 같은 금융거래지표관리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EU로부터 ‘동등성 평가’를 받아 CD 금리를 정식 벤치마크로 인정받을 계획이다. 금융거래지표관리법이 제정되더라도 벤치마크 산출기관 내부 통제 지침과 심사 지침, 세부 법안을 담은 각종 시행령 등을 새로 정비해야 하기 때문에 1년가량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