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투자, 수출의 부진으로 경기 둔화가 깊어지고 있다며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였다.

KDI는 11일 발표한 ‘2019년 3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한국 경제 상황을 두고 “지난달엔 설 명절 등 일시적 요인으로 소매판매액 증가폭이 확대됐지만 투자와 수출의 부진은 심화됐다”며 “그에 따른 경기 둔화도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내수와 수출이 위축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가 이번엔 ‘심화’로 경고 수위를 높인 것이다. 소매판매액이 늘어난 데 대해서도 “민간소비 증가세가 미약해 앞으로 소매판매액 증가세는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투자 측면에서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관련 선행지표가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설비투자지수는 16.6% 줄어 전월(-14.9%)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수출 감소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수출액은 지난 1월 5.9% 떨어진 데 이어 2월엔 11.1% 하락하면서 낙폭을 키웠다. ‘수출 쌍두마차’로 불리는 반도체(-24.8%)와 석유화학(-14.3%)의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성장세 둔화와 반도체 가격 조정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수출이 상당 기간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는 이 같은 투자·수출 감소가 생산과 고용 지표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광공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생산 측면 경기 역시 둔화하는 모습”이라며 “제조업과 건설업 생산 부진이 고용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