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재판, 시작부터 피고인 방어권 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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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사실 공표·주 4회 재판·증거기록 20만장…
임종헌, 檢 수사 부정
"재판거래로 정권과 유착했다는
검찰의 공소장은 '가공 프레임'"
임종헌, 檢 수사 부정
"재판거래로 정권과 유착했다는
검찰의 공소장은 '가공 프레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 피고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첫 재판이 11일 시작됐다. 임 전 차장은 법정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을 ‘신기루’로 표현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적폐 청산’ 사건을 서둘러 매듭지으려는 검찰과 법원의 의도를 이해하지만 기소 및 재판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주 네 번씩 공판이 진행되는 데다 구속 상태의 피고인이 20만 쪽에 달하는 증거 기록을 검토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임 전 차장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서도 자신에게 범죄자 이미지를 씌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성화도 보기에 따라 포르노”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로 언론 보도를 통해 국민, 심지어 재판하는 판사들도 양승태 사법부가 엄청난 범죄자인 것처럼 인식하게 됐다”며 “이런 기소는 명백한 검찰 수사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임 전 차장도 검찰의 수사와 공소사실을 ‘가공의 프레임’이라고 정면 비판하면서 무죄를 다툴 뜻을 밝혔다. 그는 “여론몰이식 보도와 빗발치는 여론의 비판 속에 변명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여기까지 왔다”며 “공소장 켜켜이 쌓여 있는 검찰발 미세먼지에 반사돼 형성된 신기루에 매몰되지 말고 무엇이 진실인지 충실히 심리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와 공소장을 통해 그려 놓은 경계선은 너무 자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성화(聖畵)도 보는 시각에 따라선 ‘포르노’로 보이기도 한다”며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고,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 4회 공판 놓고 논란 계속
임 전 차장은 재판부의 ‘주 4회 재판’ 방침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신속한 재판을 위한 집중심리주의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피고인의 이익 보호에 목적이 있다”며 “만일 집중심리가 피고인에게 충실한 방어권을 줄 수 없다면 본말전도”라고 강조했다. 당초 임 전 차장의 첫 공판은 지난 1월 30일이었다. 재판을 하루 앞두고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주 4회 재판 방침을 정하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전원 사퇴했다. 이날 재판은 임 전 차장이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면서 열리게 됐다.
이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재판부가 ‘적폐 청산’에 매달려 과도하게 피고인 방어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의 수사과정의 피의사실 공표, 20만 페이지에 달하는 소위 ‘트럭기소’ 그리고 ‘주 4회 공판’이 대표적이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임 전 차장 관련 증거기록은 총 20만 페이지다. 한 검찰 출신 대형로펌 변호사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선임할 수 있는 기업총수라면 모를까 임 전 차장과 소수의 변호인이 이 기록을 어떻게 검토하고 대응하겠느냐”며 “이런 식의 기소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 의욕 자체를 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4회 공판 진행을 놓고서도 법원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 4회 공판 진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 1심에 이어 사법역사상 두 번째 사례다. 한 현직 고위법관은 “구속기간이 있으니 재판을 빨리 하자는 것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라는 형사소송 대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명백한 변론권 침해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현직 부장판사는 “6개월의 구속기간 내에 반드시 판결을 선고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실형 선고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혁/고윤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성화도 보기에 따라 포르노”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로 언론 보도를 통해 국민, 심지어 재판하는 판사들도 양승태 사법부가 엄청난 범죄자인 것처럼 인식하게 됐다”며 “이런 기소는 명백한 검찰 수사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임 전 차장도 검찰의 수사와 공소사실을 ‘가공의 프레임’이라고 정면 비판하면서 무죄를 다툴 뜻을 밝혔다. 그는 “여론몰이식 보도와 빗발치는 여론의 비판 속에 변명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여기까지 왔다”며 “공소장 켜켜이 쌓여 있는 검찰발 미세먼지에 반사돼 형성된 신기루에 매몰되지 말고 무엇이 진실인지 충실히 심리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와 공소장을 통해 그려 놓은 경계선은 너무 자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성화(聖畵)도 보는 시각에 따라선 ‘포르노’로 보이기도 한다”며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고,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 4회 공판 놓고 논란 계속
임 전 차장은 재판부의 ‘주 4회 재판’ 방침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신속한 재판을 위한 집중심리주의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피고인의 이익 보호에 목적이 있다”며 “만일 집중심리가 피고인에게 충실한 방어권을 줄 수 없다면 본말전도”라고 강조했다. 당초 임 전 차장의 첫 공판은 지난 1월 30일이었다. 재판을 하루 앞두고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주 4회 재판 방침을 정하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전원 사퇴했다. 이날 재판은 임 전 차장이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면서 열리게 됐다.
이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재판부가 ‘적폐 청산’에 매달려 과도하게 피고인 방어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의 수사과정의 피의사실 공표, 20만 페이지에 달하는 소위 ‘트럭기소’ 그리고 ‘주 4회 공판’이 대표적이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임 전 차장 관련 증거기록은 총 20만 페이지다. 한 검찰 출신 대형로펌 변호사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선임할 수 있는 기업총수라면 모를까 임 전 차장과 소수의 변호인이 이 기록을 어떻게 검토하고 대응하겠느냐”며 “이런 식의 기소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 의욕 자체를 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4회 공판 진행을 놓고서도 법원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 4회 공판 진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 1심에 이어 사법역사상 두 번째 사례다. 한 현직 고위법관은 “구속기간이 있으니 재판을 빨리 하자는 것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라는 형사소송 대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명백한 변론권 침해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현직 부장판사는 “6개월의 구속기간 내에 반드시 판결을 선고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실형 선고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혁/고윤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