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회계년도 예산안에 '올해 배정액 6배' 86억달러 요청 방침
非국방예산은 5% 감축 …로이터 "민주당 다수인 하원 통과 어려울 전망"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놓고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라는 홍역을 치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에는 훨씬 더 많은 장벽 예산을 요청키로 했다.

내년 11월로 예정된 차기 대선에서 자신의 핵심 공약이었던 국경장벽 문제를 다시 이슈화해 재선 승부수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의 재선카드는 국경장벽?…"내년엔 예산 10조원 요구"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86억 달러(약 9조8천억 원)를 포함한 2020회계연도(2019년 10월1일∼2020년 9월30일) 예산안을 의회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 나은 미국을 위한 예산안'이라는 이름의 이 예산안은 11일 오전 11시 30분께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내년 국경장벽 건설에 배정된 86억 달러는 올해 같은 예산의 6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86억 달러 중 50억 달러가 국토안보부 예산이고, 36억 달러가 국방부의 군 건설 예산이다.

이와 별도로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국경장벽 건설 목적으로 전용한 국방 예산 36억 달러를 다음 회계연도에 다시 채워줄 것을 요청키로 했다.

이 금액을 더하면 실질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국경장벽과 관련해 의회에 요청하는 예산 총액은 122억 달러(약 13조8천억 원)에 이른다고 NYT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국경장벽 예산으로 57억 달러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최종적으로 13억7천500만 달러만 배정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건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한 상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차기 회계연도 예산안에서는 올해 요구액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청구함으로써 민주당과 정면 대결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내년 예산안에서는 국경장벽과 관련해 관세국경보호국(CBP)과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인력 보강을 위한 예산도 증액됐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의회에서도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장벽과 국경안보는 가장 중요한 이슈다.

국경지대의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경장벽 예산 논쟁을 2020년 재선 캠페인에 활용하겠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국자는 로이터 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지켰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국경장벽과 우주군(Space Force) 창설, 퇴역 군인 복지사업을 포함하는 국방 예산에서 총 7천500억 달러(약 851조 원)의 증액을 요구한 반면, 환경보호청과 사회안전망 구축과 같은 비(非)국방 예산을 5% 감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구상은 의회에서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상·하원 민주당 지도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대표는 공동성명을 내 "의회가 장벽 예산을 거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패배를 인정한 뒤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중단해야만 했다"면서 "그가 또다시 (장벽 예산 증액을) 시도한다면, 똑같은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존 야무스(민주) 하원 예산위원회 위원장도 "정부의 대기업 감세 정책 때문에 국가 부채가 2조 달러(약 2천269조원)에 달하는데, 그 비용을 시민에 전가하고 있다"며 사회안전망 프로그램 예산을 줄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안이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의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내년 예산안 합의에 이르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예산안은 오는 10월 1일까지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