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카네기 콘퍼런스 참석…"점진적 비핵화 안 한다" 일괄타결 '빅딜' 촉구
"부분적 비핵화와 제재 맞교환하면 미신고 프로그램 진전에 보조금 주는 꼴"
"동창리 언론 보도 성급" …"외교는 여전히 살아있어" 대화 의지 피력
비건 "北 동창리 상황 매우 심각히 여기며 주시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을 매우 심각하게(very seriously) 여기며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과 대화를 지속할 의사를 거듭 확인하면서도 비핵화는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방식이 아니라 일괄타결의 '빅딜'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주최한 핵 정책 콘퍼런스 좌담회에 참석해 "우리는 서해(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보고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안보책임자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는 북한이 뭘 하는지 정확히 보고 있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보고 있다"라고 발언한 지 하루 만에 북한에 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비건 대표는 동창리 발사장 활동과 관련한 북한의 의도에 대해선 "북한이 무슨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로켓 또는 미사일 시험은 생산적인 조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전했다.

또 미 언론의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비난하지는 않겠지만, 성급한 결론에 도달하는 경향이 있다.

조금 성급하다"면서 속단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6일과 8일 촬영된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동창리 발사장에서 준비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CSIS는 "과거 사례에 근거하면 로켓을 발사대로 운반하거나 엔진을 시험대로 이동시키는 준비작업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발사대 주변과 수직 엔진시험대 상부에 각각 우천용 덮개와 패널이 설치돼 내부 활동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는 북한에 경고음을 보내면서도 북한과 대화를 지속할 의사를 밝히고, 일괄타결 방식의 빅딜 수용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원한 만큼 진전하진 않았지만 외교는 여전히 매우 살아있다"며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해 북한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북미간 긴밀한 대화가 지속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북미관계와 한반도에 대해 아주 다른 미래를 원한다"며 "대통령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인 대화를 100% 지지한다"라고 강조했다.

비건 대표는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인 비핵화에 선을 긋고 빅딜을 수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대해 미 정부는 완전히 통일(unity)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볼턴 보좌관도 전날 미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다시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이 그들의 입장을 재고한 뒤 다시 돌아와 '빅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빅딜 수용을 전제로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건 대표는 비핵화 대상과 관련해선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핵연료 사이클과 핵무기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내가 말하는 FFVD는 핵연료 사이클의 모든 핵심 부분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핵분열 물질과 핵탄두 제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량 제거 또는 파괴,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영구 동결"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비건 대표는 "북한은 WMD 제거에 대해 완전하게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공동선언에 담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완전한 비핵화 등 4대 합의사항은 "모두 연결돼 있고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라며 "모두 합의되기 전에는 어떤 것도 합의될 수 없다"고 말했다.

비핵화 일정과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인위적인 시간제한을 설정하지 않았고 우리는 인위적인 시간표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달성하고 싶다"라고 말해 오는 2021년 1월까지인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안에 비핵화 완성을 희망했다.

북한이 바라는 제재 해제는 비핵화에 뒤따르는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통령은 제재를 원하지 않고 해제하고 싶어하지만, 우리가 그 위치에 있으려면 북한이 비핵화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해제가 FFVD 목표 달성과 함께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의 '부분적인'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거래를 성사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신고 또는 (비핵화 대상에서 제외되고) 남은 WMD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데 직접 보조금을 주는 꼴이 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실무협상 부족 등을 꼬집으며 톱다운식 북미대화를 비판하는 미 조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개의치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비건 대표는 "정상 간 대화는 실무급에서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그 격차를 좁힐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대통령은 그것을 배제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미국 측 북미대화 실무책임자인 비건 대표가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공개적인 토론 무대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