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주상복합이나 아파트 꼭대기 층에 들어서는 펜트하우스는 부의 상징이다. 70억~100억원대의 펜트하우스에는 0.001% 최상류층이 산다. 희소가치가 높은 데다 경기 영향을 받지 않는 자산가들이 소유하고 있는 까닭에 값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교수는 “부르는 게 값인 까닭에 정해진 가격이 없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70억~100억원대 거래 줄이어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남더힐 전용면적 244.75㎡(3층)는 지난 1월 84억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 거래 중 역대 최고가다. 2016년 12월 같은 주택형이 82억원에 팔린 게 기존 최고가 기록이었다.
옛 단국대 부지에 지어진 한남더힐은 서울 강북 최고가 아파트다. 이번에 손바뀜된 주택형은 이 단지에서 12가구만 있는 펜트하우스다. 방 6개와 거실, 주방·식당, 테라스, 발코니 등으로 구성됐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74억원·76억원·82억원에 네댓 건이 손바뀜됐다.
강남권에선 지난해 10월 삼성동 아이파크 펜트하우스가 경매에 나와 83억7508만원에 낙찰됐다. 아이파크삼성 이스트윙동 41층 복층형이다. 전용면적은 269㎡다. 앞서 같은 아파트 30층의 복층형 펜트하우스는 2017년 8월 러시아인 사업가에게 105억3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는 성동구 성수동에서는 갤러리아 포레 44층 펜트하우스(272㎡)가 2016년에 66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현재는 75억원을 호가한다. 같은 동네의 트리마제 펜트하우스(216㎡) 호가는 85억원에 달한다. ◆희소성 높아 부르는 게 값
고가 펜트하우스는 불황을 모르는 게 특징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9·13 대책 이후 강남권 일부 아파트값은 최고 4억원 안팎 하락했지만 펜트하우스 가격은 흔들림이 없다. 펜트하우스 값 상승의 주요 요인은 가구 수가 적어서다. 한남더힐은 총 600가구 단지지만 펜트하우스는 12가구에 불과하다. 아이파크삼성은 449가구 중 10가구가 복층형 펜트하우스다. 갤러리아 포레 펜트하우스는 4가구에 그친다. 트리마제 펜트하우스도 4가구다. 이밖에 반포 아크로리버파크1차엔 2가구, 아크로리버파크2차엔 6가구의 펜트하우스가 있다.
펜트하우스는 매물로 잘나오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면 ‘부르는 게 값’이다. 105억3000만원에 팔린 아이파크삼성 펜트하우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주택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는 한 사업가가 집주인에게 먼저 거액의 매매가를 제시하면서 거래가 성사됐다. 기존 집주인이 이 집을 산 값은 36억2000만원이었다. 한남동 L공인 관계자는 ”집을 사려는 문의는 꾸준해 웃돈만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초고가 펜트하우스엔 누가 살까
펜트하우스 소유자는 주로 성공한 사업가나 금융인, 기업 오너와 그 일가들, 유명 연예인 등이다. 부동산 개발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시행사 대표와 바이오벤처 창업가 등도 입주민의 한 축을 이룬다.
이순규 대한유화 회장과 정연욱 전 경남에너지 회장은 한남더힐 펜트하우스를 80억원이 넘는 가격에 구매했다. 이들은 각각 81억원과 82억원에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옆집에는 가수 이승철 씨가 산다. 그는 부인과 공동명의로 이 단지를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도 이 펜트하우스의 주인이다. 이들은 70억원 후반대에 주택을 샀다. 정현호 메디톡스 회장은 갤러리아 포레 복층형 펜트하우스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6년 해당 가구를 66억원에 매입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청담동 등 강남권에서 최고급 주택 공급이 주춤하면서 거액 자산가들이 강북 한강변 신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일반 부동산 경기와는 상관없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펜트하우스 가격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