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 열었지만 패스트트랙 이견에 결론 도출 실패
바른정당 출신들 대거 반대…'화학적 결합' 다시 수면 위


바른미래당이 선거제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또다시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선거제 개혁안과 개혁 법안을 동시에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방안이 바른미래당 등 여야 4당에서 논의되는 데 대해 일부 의원이 강하게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과거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대거 당의 패스트트랙 추진에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 당내 노선 갈등이 재연되면서 옛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화학적 결합 문제가 다시 수면 위에 오르고 있다.
바른미래, 또다시 노선 갈등…이번엔 선거개혁 패스트트랙
바른미래당은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개혁 및 개혁 법안 패스트트랙 추진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으나, 내부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바른정당 출신인 정병국 의원은 의총에서 "정부·여당이 내놓은 선거제 개편안은 반쪽짜리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배분 선거제도)에 불과하다"며 "누더기 선거법을 쟁취하기 위해 우리 당이 그렇게 싸워왔나 싶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도 아니고, 원칙도 없는 이런 안을 정부·여당의 술수에 넘어가 다른 법과 연계해 패스트트랙에 올려서는 안 된다"며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기본 원칙 고수를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선거제 개혁을 일종의 날치기로 하겠다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고, 그래서 당내 반대 목소리도 높다"며 "이 상태로 패스트트랙에 가는 것은 자유한국당만 키워 주는 것이므로 우리 당이 패스트트랙에 쉽게 참여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상욱 의원도 통화에서 "선거제 개혁은 숫자로 밀어붙여선 안 되다"며 "여당이 원하는 법안을 그대로 받아 선거제 개혁을 한다면 누구를 위한 선거제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당 출신인 권은희 정책위의장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아닌 선거제 개혁안을 합의라는 국회 운영방식에 위반해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나아가 선거제 개혁법안과 민주당이 역점 추진 중인 개혁법안을 연계하는 데 대한 강한 거부감도 감지됐다.

익명을 요구한 바른정당 출신 한 의원은 "민주당이 원하는 법안 9개를 선거법과 바꿔치기하는 게 아닌가"라며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기업 활동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개정은 더욱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