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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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간 주주총회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오는 22일 예정된 현대차 주총에서 회사 측 안건 대부분에 찬성하고 엘리엇이 제안한 현금배당안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다만, 이사 선임 안건에서는 글래스루이스가 현대차 이사회 안에 손을 들어준 반면 ISS는 현대차와 엘리엇의 제안을 일부씩 수용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ISS는 현대차 이사회가 제안한 후보 3명 가운데 윤치원 후보만 찬성했고, 엘리엇이 제안한 후보 3명 중에서는 존 류와 로버트 랜들 매큐언 후보 2명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권유했다.

ISS는 또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선임 안에 대해서도 이사회가 제안한 후보 2명(칼 토마스 노이먼, 브라이언 존스)과 엘리엇이 제안한 2명(로버트 앨런 크루즈,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후보)을 모두 찬성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5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다 엘리엇에 완패해 임시 주총을 취소한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를 위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을 임시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엘리엇이 공정하지 않은 합병이라며 반대했고 ISS와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한 국내외 의결원 자문기관이 모두 엘리엇 편을 들었다.

특히 글래스루이스는 이번 주총을 앞두고 현대차 이사회 안건에는 모두 찬성하고, 엘리엇의 제안에는 모두 반대해 10개월 전과 정반대의 판정을 내렸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양대 의결권 자문사의 찬성률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이 우세하며 특히 현금배당 안건은 엘리엇 제안에 반대 권고가 나와 주총에서 표 대결이 이뤄지면 회사 측 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의결권 권고를 계기로 이날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보강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국적과 상관없이 세계 각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한 사외이사 후보군 80여명의 풀을 만들어 운용 중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22일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주총과 연계해 1차로 사외이사후보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수혈해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어 앞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과 전략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를 사외이사진으로 계속 보강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ISS가 찬성한 엘리엇 추천 후보인 매큐언, 크루즈 후보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경쟁업체에서 근무 중이기 때문에 이해 상충 등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류 후보는 자동차 관련 ICT 사업 분야에 대한 적정성을 보장할 수 없고, 마이스터 후보의 경력은 주로 부품유통사업에 치우쳐 현대모비스가 추진하는 신기술 집중 전략과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ISS는 다양성을 강조하면서 일부 엘리엇 제안 후보들에 찬성했는데 기업경영 측면에서 다양성이 이해 상충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ISS가 이 같은 심각한 문제를 간과한 것 같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