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채 10년물 가격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는 0% 수준에 다가섰다. 마이너스 금리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독일 국채 금리는 작년 초부터 하락(국채 가격 상승)하고 있다. 작년 2월 연 0.8% 수준이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달 초 연 0.1% 근처까지 내려갔다. 그만큼 해당 국채의 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결정타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날렸다. 지난 7일 ECB는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1%로 떨어뜨리고 현재 -0.4~0.25%인 기준금리를 내년까지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한 번 더 힘을 받은 데다 마이너스 기준금리가 향후 오를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독일 국채로 수요가 몰렸다. 지난 8일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0.04%까지 떨어졌다. 이후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0.07%대(한국시간 12일 오후 3시 기준)에 머무는 중이다. 프랑스 국채 10년물은 연 0.41% 수준까지 내려갔다가 0.47%로 조금 올라섰다.

독일 국채 금리가 3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 구간에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ECB가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시작한 2016년대 중반 -0.2% 언저리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피터 딕슨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10년 미만 만기의 국채 금리는 이미 마이너스 구간에 들어가 있다”며 수익률 곡선을 보면 10년물만 0% 위로 조금 올라와 있는 빙산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보유하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보관료를 내야 한다. 초저금리 환경에서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가 강해질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로존 내 안전자산으로 꼽히고 있긴 하지만 독일 경제도 경기 둔화에 허덕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월 독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당초 1.8%에서 1.0%로 떨어뜨렸다. 독일 한델스블라트는 조만간 독일 정부가 전망치를 0.8%로 한 단계 더 하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1월 독일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8% 쪼그라들었다. 시장이 0.4~0.5% 증가를 전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