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향후 다른 대형가맹점과 협상 걱정"…당국 "협상 결과 추후 검증"

신한·삼성·롯데카드가 기존 현대차가 제시한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양측의 가맹점 수수료 인상 갈등은 사실상 카드업계의 '투항'으로 결론이 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 카드 3개사는 전날 현대차의 조정안을 받겠다고 현대차에 통보했고, 현대차는 이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가 이 수준에 동의해야 가맹점 수수료 인상 협상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된다.

현대차가 뒤늦게까지 '저항'한 이들 3개사에 '괘씸죄'를 적용해 수수료율을 더 낮출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8일 수수료율을 종전 1.8% 초·중반대에서 1.89%로 올리는 조정안을 각 카드사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B국민·현대·하나·NH농협카드가 1.89% 안팎으로 현대차와 수수료 협상을 타결지었고, 지난 11일에 BC카드도 현대차의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해 신한·삼성·롯데카드만 현대차에 맞서게 됐다.

이날 대형 3개사가 뒤로 물러섬에 따라 협상력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현대차의 입장이 관철되는 형태로 가맹점 수수료 인상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카드사와 현대차간 수수료 협상 결과는 당초 예고된 바대로 결론이 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카드업계에 이른바 수수료 '역진성'을 해소하라며 현대차와 같은 초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올려받으라고 주문했으나 카드업계는 애초부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봤다.

카드업계가 초대형 가맹점과의 관계에서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3년 전 수수료율 협상 당시에도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현대차의 수수료율을 사실상 올리지 못했다.

카드사 노동조합이 지난해 적격비용(원가) 재산정 당시 줄기차게 연매출 500억원 초과 초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인상을 법령으로 명문화해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출 때와 같이 이번 인상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도 이런 결과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국은 연매출 30억∼500억원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평균 2.18%로, 500억원 초과의 1.94%보다 높은 것은 '부당한 격차'라며 30억∼500억원의 수수료율을 0.22%포인트 낮추는 것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500억원 초과 가맹점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지난달 카드사와 초대형 가맹점간 수수료 갈등이 불거지자 "대형가맹점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을 뿐이었다.

금융당국이 나설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은 면도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는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대체로 역마진이 발생하는 수수료율을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로 본다.

현재 카드업계와 현대차간 논의되는 수수료율은 카드업계 주장으로 마진이 0에 가까운 수준이어서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이라고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카드업계는 이번 현대차와 수수료 협상에서 밀리게 됨에 따라 다른 초대형 가맹점과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동통신 3사와 협상이 남았는데 현대차의 '전례'로 발목이 잡히게 생겼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앞으로 대형 가맹점과 협상이 줄줄이 남았는데 제대로 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영업점에서는 이런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결정하느니 차라리 판을 깨자는 말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수료율은 가맹점과 카드사가 개별적으로 협의할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적격비용 원칙에 따라야 한다"면서 "이런 원칙에 부합하는지 추후 협상 결과를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