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처가 자금 부족을 이유로 두 차례나 인수를 거부해 대우조선해양의 ‘골칫덩이’로 꼽혔던 소난골 드릴십(이동식 원유 시추선) 2기 중 1기가 이달 최종 인도된다. 올 상반기에 나머지 1기까지 인도되면 대우조선은 9000억원의 잔금을 회수한다.
6년 만에 최종 인도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과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은 이달 드릴십 인도에 합의하고 최종 협의를 하고 있다. 소난골의 자금 마련은 끝났고, 행정적인 협상 절차만 남았다는 게 대우조선의 설명이다.

소난골은 2013년 12억4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드릴십 2기를 대우조선에 발주하면서 2016년 인도하기로 했다. 선수금 2억5000만달러를 제외한 잔금(약 1조원)은 인도할 때 받기로 했다. 막상 인도 시점인 2016년이 되자 소난골은 차일피일 인수를 미뤘다. 국제 유가가 폭락해 드릴십의 채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1조원에 달하는 잔금을 받지 못한 대우조선은 법정관리 신청을 검토할 정도로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양측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을 회복한 지난해 12월 선수금을 포함해 기당 5억3000만달러(약 6000억원), 총 10억6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에 드릴십을 인도하기로 새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월 말과 3월 말에 한 기씩 인도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소난골은 약속했던 1월에도 드릴십 1기를 찾아가지 않았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소난골이 인도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현대重 자금 부담 덜 듯

대우조선의 남아있는 드릴십 물량도 무난하게 인도될 것으로 조선업계는 보고 있다. 엑슨모빌과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쉘 등 메이저 석유기업이 원유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추설비 정보 제공업체인 리그존에 따르면 2월 기준 2500m 이상 시추가 가능한 드릴십의 가동률은 62%로 작년(53.7%)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대우조선은 소난골 2기를 포함해 영국 엔스코 2기와 노르웨이 노던드릴링 2기의 드릴십 인도를 앞두고 있다. 이들 6척의 드릴십을 모두 인도하면 2조7000억원 규모 현금이 유입된다.

대우조선의 드릴십 인도는 이 회사 인수를 추진 중인 현대중공업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드릴십 인도로 확보한 현금을 운영비와 차입금 감소 등에 쓸 계획이어서 현대중공업의 추가 자금 지원 필요성이 줄어들게 됐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