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공해車 판매비율 미달 땐 거액 과징금 매기자는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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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 논란
산업계 "미세먼지 편승한
과도한 기업 옥죄기" 반발
산업계 "미세먼지 편승한
과도한 기업 옥죄기" 반발
정부·여당이 미세먼지 감축 대책의 일환으로 자동차 회사의 저공해차 판매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에는 판매 목표량에 미달하면 대당 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2일 소위원회를 열어 미세먼지 대책 관련 법안 23개를 논의했다. 이 중에는 전기자동차 등 저공해차를 일정 비율 이상 팔지 못하면 대당 최대 500만원의 과징금을 매기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도 포함됐다.
환경부는 과징금이 없는 ‘저공해 차 보급의무제’를 시행 중이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6년 당시 환경부가 정한 의무 판매 비율(전체 판매량의 9%)을 충족한 회사가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 판매 확대 목표를 업체에 강제로 부과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논의 중인 미세먼지 대책 법안 대부분이 졸속으로 심사돼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는 규제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날 환노위에 출석, 노후 건설기계까지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대기질개선특별법 등에 강한 우려를 밝혔다. 가뜩이나 어려운 자동차업계 '미세먼지 과징금'까지 얻어맞나
정치권이 고농도 미세먼지 감축을 명분으로 기업을 옥죄는 규제법안을 양산할 태세다. 미세먼지 발생의 최대 원인이 중국이라는 게 정부의 견해지만 정작 책임과 규제는 기업에만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밖에 없는 규제 만드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기환경법 개정안은 저공해차를 일정 비율 이상 팔지 못하면 대당 최대 500만원의 과징금을 매기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6일 언론사 논설위원 정책간담회에서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를 당장 내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과 비슷한 ‘저공해차 보급의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국내 자동차 판매대수가 3000대를 넘어 저공해차 보급의무 대상인 업체는 저공해차를 전체 판매량의 10% 이상 팔아야 한다. 과징금을 별도로 매기지 않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킬 수 있는 회사도 없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국내 자동차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징금 부과 기준을 차량가격이나 배기량이 아니라 내수 판매량에 비례해 설정해 내수용 대중차를 판매하는 국내 자동차 회사에 더 큰 부담이 되는 셈이다. 저공해차의 의무판매를 할당하는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 미국과 캐나다도 일부 주에 한해 적용하고 있다. 이날 여야 환경소위 국회의원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산업통상자원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6월까지 의견 수렴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친환경차 수요자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세제혜택 확대 등 별도 지원책 없이 규제만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친환경차 의무판매 비율을 환경부가 정하도록 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도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기업에 부담만 늘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탈원전으로 석탄 비중 높아지는데
지방자치단체는 석탄화력발전소 주변 지역을 ‘대기오염물질 총량 지역’으로 묶어 일정 수준 이상 오염물질을 배출하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석탄화력발전소 주변지역 대기환경개선 특별법’을 우려하고 있다. 충남 당진시 등 일부 발전사가 모여 있는 지역의 기업만 차별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는 충남 서천군은 석유화학공장이 밀집한 울산 남구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현저히 낮다. 그러나 이 법에 따르면 서천군의 사업장만 추가 규제를 받게 된다. 화력발전업계에서는 “개별 기업이 아니라 전체 지역을 규제 대상으로 묶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철강 등 이른바 굴뚝산업 사업장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대기환경보전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도마에 올랐다. 공정 중 돌발 상황이 생겨 일시적으로 초과 미세먼지가 발생한 경우에도 ‘배출허용 기준 초과’가 실시간으로 부각돼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민원이 다수 제기될 우려가 있다.
기업들도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여서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규제만 할 게 아니라 지원 사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계는 또 저감장치 미부착·엔진 미개조 경유차와 건설기계의 개조 비용도 정부에서 일정 부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한 소상공인은 “화물차 등 노후 경유차의 운행을 제안하면 영세 소상공인의 경영은 물론 물류시장에도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며 “차량 교체 등 지원 근거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내수 침체로 고전하고 있다”며 “환경 관련 법규를 강화하더라도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거나 일정 부분 시행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소위에서는 ‘수도권 대기관리권역개선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비롯해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 ‘실내공기질 관리법 개정안’ 등 4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배정철/김진수/김소현 기자 bjc@hankyung.com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2일 소위원회를 열어 미세먼지 대책 관련 법안 23개를 논의했다. 이 중에는 전기자동차 등 저공해차를 일정 비율 이상 팔지 못하면 대당 최대 500만원의 과징금을 매기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도 포함됐다.
환경부는 과징금이 없는 ‘저공해 차 보급의무제’를 시행 중이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6년 당시 환경부가 정한 의무 판매 비율(전체 판매량의 9%)을 충족한 회사가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 판매 확대 목표를 업체에 강제로 부과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논의 중인 미세먼지 대책 법안 대부분이 졸속으로 심사돼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는 규제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날 환노위에 출석, 노후 건설기계까지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대기질개선특별법 등에 강한 우려를 밝혔다. 가뜩이나 어려운 자동차업계 '미세먼지 과징금'까지 얻어맞나
정치권이 고농도 미세먼지 감축을 명분으로 기업을 옥죄는 규제법안을 양산할 태세다. 미세먼지 발생의 최대 원인이 중국이라는 게 정부의 견해지만 정작 책임과 규제는 기업에만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밖에 없는 규제 만드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기환경법 개정안은 저공해차를 일정 비율 이상 팔지 못하면 대당 최대 500만원의 과징금을 매기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6일 언론사 논설위원 정책간담회에서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를 당장 내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과 비슷한 ‘저공해차 보급의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국내 자동차 판매대수가 3000대를 넘어 저공해차 보급의무 대상인 업체는 저공해차를 전체 판매량의 10% 이상 팔아야 한다. 과징금을 별도로 매기지 않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킬 수 있는 회사도 없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국내 자동차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징금 부과 기준을 차량가격이나 배기량이 아니라 내수 판매량에 비례해 설정해 내수용 대중차를 판매하는 국내 자동차 회사에 더 큰 부담이 되는 셈이다. 저공해차의 의무판매를 할당하는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 미국과 캐나다도 일부 주에 한해 적용하고 있다. 이날 여야 환경소위 국회의원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산업통상자원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6월까지 의견 수렴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친환경차 수요자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세제혜택 확대 등 별도 지원책 없이 규제만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친환경차 의무판매 비율을 환경부가 정하도록 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도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기업에 부담만 늘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탈원전으로 석탄 비중 높아지는데
지방자치단체는 석탄화력발전소 주변 지역을 ‘대기오염물질 총량 지역’으로 묶어 일정 수준 이상 오염물질을 배출하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석탄화력발전소 주변지역 대기환경개선 특별법’을 우려하고 있다. 충남 당진시 등 일부 발전사가 모여 있는 지역의 기업만 차별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는 충남 서천군은 석유화학공장이 밀집한 울산 남구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현저히 낮다. 그러나 이 법에 따르면 서천군의 사업장만 추가 규제를 받게 된다. 화력발전업계에서는 “개별 기업이 아니라 전체 지역을 규제 대상으로 묶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철강 등 이른바 굴뚝산업 사업장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대기환경보전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도마에 올랐다. 공정 중 돌발 상황이 생겨 일시적으로 초과 미세먼지가 발생한 경우에도 ‘배출허용 기준 초과’가 실시간으로 부각돼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민원이 다수 제기될 우려가 있다.
기업들도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여서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규제만 할 게 아니라 지원 사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계는 또 저감장치 미부착·엔진 미개조 경유차와 건설기계의 개조 비용도 정부에서 일정 부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한 소상공인은 “화물차 등 노후 경유차의 운행을 제안하면 영세 소상공인의 경영은 물론 물류시장에도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며 “차량 교체 등 지원 근거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내수 침체로 고전하고 있다”며 “환경 관련 법규를 강화하더라도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거나 일정 부분 시행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소위에서는 ‘수도권 대기관리권역개선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비롯해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 ‘실내공기질 관리법 개정안’ 등 4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배정철/김진수/김소현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