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6시간씩 손으로 금융정보 분류해 DB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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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도전했다 (1) 시장 안 보이면 만들어라
창업 4년만에 핀테크 자산관리 시장
개척한 뱅크샐러드
창업 4년만에 핀테크 자산관리 시장
개척한 뱅크샐러드
왜 모든 신용카드의 혜택을 비교해서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없을까. 왜 전체 금융회사의 대출금리를 줄 세워 한눈에 보여주는 사이트가 없을까. 서강대 대학생 중심으로 뭉친 6명의 청년들은 2012년 그런 얘기를 나눴다. 함께 창업할 만한 아이템으로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가 나온 의문이었다.
뱅크샐러드의 시작은 ‘세상에 없던 서비스’였다. 당시만 해도 ‘금융상품 통합비교’라는 개념이 생소했다. 카드를 발급받거나 대출하려면 개별 금융회사 사이트에 접속해 상품을 하나하나 따져야 했다. 통합비교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결과적으로 지금의 뱅크샐러드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했다.
하루 16시간씩 2년간 데이터 수집
없던 길을 가는 것은 두세 배 힘들었다. 2012년 6월 법인을 설립한 뒤 첫 플랫폼을 내놓기까지 2년가량 걸렸다. 6명의 초기멤버가 서울 공덕동에 숙소를 마련한 뒤 하루에 16시간을 근무하며 국내 신용카드 혜택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모았다. 2300종류에 달하는 혜택을 이용금액과 소비패턴에 따라 세세하게 분류하려면 잠을 자는 시간도 부족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2014년 8월 초기 검색엔진이 탄생했다. 자신의 소비정보를 입력하면 그에 따라 신용카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였다. 초기 투자자의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이듬해인 2015년 19억원의 시드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핀테크 앱(응용프로그램)을 연달아 출시했지만 이용자의 반응이 싸늘했다. 자신의 소비정보를 입력하는 것을 귀찮아했고 추천 결과를 신뢰하지도 않았다. 두 개의 베타 버전이 각각 반 년도 채 되지 않아 폐기 처분됐다.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는 “괜찮아 보이는 아이디어를 무작정 섞어서 출시한 게 패인이었다”며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가 개발 철학이 없는 상태에서 서비스를 출시했다가 도태되는 사례가 많은데, 뱅크샐러드의 베타 버전이 그런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핀테크 서비스가 무엇일지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대형 금융사업자들이 사실상 판매 채널을 독점하고 있어 고객이 다양한 금융상품을 추천받을 수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2017년 6월 지금의 뱅크샐러드 모델이 나왔다. 통합 자산관리와 상품추천 기능을 지닌 모바일 앱이었다.
‘금융 AI비서’ 서비스 본격 확대
뱅크샐러드는 앱을 실행한 뒤 지문인식만 완료하면 실시간으로 보유 자산현황이 뜬다. 소비현황, 보험현황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앱이 이미 고객의 모든 자산현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간단한 터치 몇 번이면 적합한 카드와 보험, 대출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뱅크샐러드의 강점은 중립성이다. 뱅크샐러드 자체가 특정 금융회사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상품 추천이 중립적으로 이뤄진다. 김 대표는 “뱅크샐러드의 상품 추천 기준은 철저하게 ‘더 많은 혜택’”이라며 “마케팅 능력 및 오프라인 채널이 부족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형 금융사들이 우리 플랫폼을 유독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뱅크샐러드는 출시한 지 2년10개월 만인 최근 기준으로 3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관리하는 고객 자산만 87조원에 달하고, 보유한 금융상품 데이터는 6089개 수준이다.
전체 고객의 70%가 2030세대지만, 4050세대 유입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50대 이상 고객의 유입이 111%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샐러드는 자산관리를 주력으로 하는 핀테크 업체 중 선두주자로 꼽힌다. 지난해 10월까지 두나무앤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89억원의 투자를 따냈다. 뱅크샐러드 투자에 참여한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뱅크샐러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모바일 개인재무관리 분야의 선두 플랫폼”이라며 “당면한 금융 서비스의 한계를 뱅크샐러드가 효과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뱅크샐러드의 시작은 ‘세상에 없던 서비스’였다. 당시만 해도 ‘금융상품 통합비교’라는 개념이 생소했다. 카드를 발급받거나 대출하려면 개별 금융회사 사이트에 접속해 상품을 하나하나 따져야 했다. 통합비교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결과적으로 지금의 뱅크샐러드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했다.
하루 16시간씩 2년간 데이터 수집
없던 길을 가는 것은 두세 배 힘들었다. 2012년 6월 법인을 설립한 뒤 첫 플랫폼을 내놓기까지 2년가량 걸렸다. 6명의 초기멤버가 서울 공덕동에 숙소를 마련한 뒤 하루에 16시간을 근무하며 국내 신용카드 혜택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모았다. 2300종류에 달하는 혜택을 이용금액과 소비패턴에 따라 세세하게 분류하려면 잠을 자는 시간도 부족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2014년 8월 초기 검색엔진이 탄생했다. 자신의 소비정보를 입력하면 그에 따라 신용카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였다. 초기 투자자의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이듬해인 2015년 19억원의 시드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핀테크 앱(응용프로그램)을 연달아 출시했지만 이용자의 반응이 싸늘했다. 자신의 소비정보를 입력하는 것을 귀찮아했고 추천 결과를 신뢰하지도 않았다. 두 개의 베타 버전이 각각 반 년도 채 되지 않아 폐기 처분됐다.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는 “괜찮아 보이는 아이디어를 무작정 섞어서 출시한 게 패인이었다”며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가 개발 철학이 없는 상태에서 서비스를 출시했다가 도태되는 사례가 많은데, 뱅크샐러드의 베타 버전이 그런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핀테크 서비스가 무엇일지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대형 금융사업자들이 사실상 판매 채널을 독점하고 있어 고객이 다양한 금융상품을 추천받을 수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2017년 6월 지금의 뱅크샐러드 모델이 나왔다. 통합 자산관리와 상품추천 기능을 지닌 모바일 앱이었다.
‘금융 AI비서’ 서비스 본격 확대
뱅크샐러드는 앱을 실행한 뒤 지문인식만 완료하면 실시간으로 보유 자산현황이 뜬다. 소비현황, 보험현황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앱이 이미 고객의 모든 자산현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간단한 터치 몇 번이면 적합한 카드와 보험, 대출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뱅크샐러드의 강점은 중립성이다. 뱅크샐러드 자체가 특정 금융회사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상품 추천이 중립적으로 이뤄진다. 김 대표는 “뱅크샐러드의 상품 추천 기준은 철저하게 ‘더 많은 혜택’”이라며 “마케팅 능력 및 오프라인 채널이 부족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형 금융사들이 우리 플랫폼을 유독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뱅크샐러드는 출시한 지 2년10개월 만인 최근 기준으로 3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관리하는 고객 자산만 87조원에 달하고, 보유한 금융상품 데이터는 6089개 수준이다.
전체 고객의 70%가 2030세대지만, 4050세대 유입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50대 이상 고객의 유입이 111%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샐러드는 자산관리를 주력으로 하는 핀테크 업체 중 선두주자로 꼽힌다. 지난해 10월까지 두나무앤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89억원의 투자를 따냈다. 뱅크샐러드 투자에 참여한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뱅크샐러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모바일 개인재무관리 분야의 선두 플랫폼”이라며 “당면한 금융 서비스의 한계를 뱅크샐러드가 효과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