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문 대통령, 김정은 수석대변인 얘기 안듣게 해야"…靑 "국가원수 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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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여야, 몸싸움·고성 '아수라장'
여야, 몸싸움·고성 '아수라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이후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야당 원내대표 윤리위원회 제소 등 양측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나 원내대표의 연설문이 사전 배포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여야의 전략적 ‘갈등 유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말 안되는 소리도 경청해야 하는데…”
나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수위를 넘나드는 표현을 동원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외교안보 정책 등 국정 전반을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 “가짜 비핵화에는 동의할 수 없다” “민주당은 촛불 심부름센터” 등의 발언으로 정부·여당에 맹공을 가했다.
결정타는 나 원내대표의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이었다. 그러자 민주당 의석에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삿대질과 고성이 쏟아졌다. 여당 의원들의 항의에 연설이 30여분 중단됐다. 이어진 연설에서 나 원내대표의 목소리는 고함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만해” “표현 가려서 하라” 등의 고함을 쳤고, 급기야 구호처럼 입을 맞춰 “사과해”를 제창하며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제지했다. 나 원내대표가 “(제 주장이 아니라) 외신 보도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소동은 진정되지 않았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의장석으로 나와 항의했고, 한국당에선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맞섰다. 이 의원과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손으로 밀고 당기는 모습까지 보였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연설 도중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이 19대 국회에서 적용된 뒤 본회의장에서 몸싸움 수준까지 소동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양당의 감정싸움을 막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그는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소리라도 경청해서 듣고 그 속에서 타산지석으로 배울 것은 배우고, 옳은 소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반성하고 들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여당의 자숙을 당부했다.
“羅 윤리위 제소” vs “靑 충성경쟁하나”
양측의 앙금은 연설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됐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하고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해찬 대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이라며 “당에서 즉각 법률을 검토해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모욕 발언을 금지한 국회법에 의거해 가장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도 지지 않고 응수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천을 1년여 앞두고 청와대 눈도장이 다급했던 것인지, 청와대를 향한 충성 경쟁을 벌이느라 자신들의 행태가 국민에게 목불인견으로 비치는 것조차 망각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날 신속하게 입장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원내 1·2당이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이면서 가뜩이나 선거제도 개혁 이슈 등으로 얼어붙은 3월 임시국회가 공회전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양당이 난제들을 협상하기 전에 기선 제압 차원에서 고의적으로 충돌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본회의에 참석했던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상대는 없고 내 주장만 있는 악다구니 국회가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민주당은 문 대통령 얘기만 나오면 민감해진다. 세간에선 공천을 향한 충성 경쟁이 시작된 게 아니냐고 한다”고 꼬집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상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은 연설 직전까지 소소하게 수정되기는 하지만 큰 틀은 보통 1시간여 전에 미리 전체 의원과 언론에 제공된다”며 “우발적으로 충돌한 것이 아니라 어느 지점에서 항의를 해야 할지 민주당은 미리 계산하고, 한국당은 고의적으로 여당의 격분을 불러 국회 파행의 책임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박종필/박재원 기자 jp@hankyung.com
“말 안되는 소리도 경청해야 하는데…”
나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수위를 넘나드는 표현을 동원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외교안보 정책 등 국정 전반을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 “가짜 비핵화에는 동의할 수 없다” “민주당은 촛불 심부름센터” 등의 발언으로 정부·여당에 맹공을 가했다.
결정타는 나 원내대표의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이었다. 그러자 민주당 의석에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삿대질과 고성이 쏟아졌다. 여당 의원들의 항의에 연설이 30여분 중단됐다. 이어진 연설에서 나 원내대표의 목소리는 고함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만해” “표현 가려서 하라” 등의 고함을 쳤고, 급기야 구호처럼 입을 맞춰 “사과해”를 제창하며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제지했다. 나 원내대표가 “(제 주장이 아니라) 외신 보도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소동은 진정되지 않았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의장석으로 나와 항의했고, 한국당에선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맞섰다. 이 의원과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손으로 밀고 당기는 모습까지 보였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연설 도중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이 19대 국회에서 적용된 뒤 본회의장에서 몸싸움 수준까지 소동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양당의 감정싸움을 막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그는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소리라도 경청해서 듣고 그 속에서 타산지석으로 배울 것은 배우고, 옳은 소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반성하고 들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여당의 자숙을 당부했다.
“羅 윤리위 제소” vs “靑 충성경쟁하나”
양측의 앙금은 연설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됐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하고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해찬 대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이라며 “당에서 즉각 법률을 검토해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모욕 발언을 금지한 국회법에 의거해 가장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도 지지 않고 응수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천을 1년여 앞두고 청와대 눈도장이 다급했던 것인지, 청와대를 향한 충성 경쟁을 벌이느라 자신들의 행태가 국민에게 목불인견으로 비치는 것조차 망각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날 신속하게 입장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원내 1·2당이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이면서 가뜩이나 선거제도 개혁 이슈 등으로 얼어붙은 3월 임시국회가 공회전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양당이 난제들을 협상하기 전에 기선 제압 차원에서 고의적으로 충돌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본회의에 참석했던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상대는 없고 내 주장만 있는 악다구니 국회가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민주당은 문 대통령 얘기만 나오면 민감해진다. 세간에선 공천을 향한 충성 경쟁이 시작된 게 아니냐고 한다”고 꼬집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상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은 연설 직전까지 소소하게 수정되기는 하지만 큰 틀은 보통 1시간여 전에 미리 전체 의원과 언론에 제공된다”며 “우발적으로 충돌한 것이 아니라 어느 지점에서 항의를 해야 할지 민주당은 미리 계산하고, 한국당은 고의적으로 여당의 격분을 불러 국회 파행의 책임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박종필/박재원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