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장수경제와 매력자본
만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지난해 14%를 넘어섰다. 2025년에는 20%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평균 82.7세인 기대여명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인구가 늘고 수명이 연장되면 비즈니스 방식과 소비 형태도 변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장수경제(longevity economy)’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은퇴 대열에 들어선 베이비붐 세대 등 나이 든 사람들이 경제와 소비를 주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체 소비의 43%가 중·노년층에 의해 이뤄졌다. 우리나라에서도 60대 이상의 소비가 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학자들은 우선 비즈니스 관점에서 ‘실버산업의 팽창’에 주목하라고 권한다. 미국 MIT에이지랩 창립자인 조지프 F 코글린은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원제: Longevity Economy)》에서 “곧 모든 비즈니스가 시니어 비즈니스로 통하는 시대가 온다”며 “실버산업의 성공 요인은 단순한 ‘필요’를 넘어 근원적인 ‘욕구’를 읽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노인용 ‘효도폰’이 시장에 먹힐 것 같지만 ‘늙은이들이나 쓰는 폰’이라는 인식 때문에 외면받는 사례를 들며 “노인도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 한다”고 설명한다. 인터넷에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는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그는 또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노인을 보살피거나 가족 전체의 소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이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과 요구를 중시하라는 얘기다.

장수경제 시대를 보는 두 번째 관점은 ‘개인의 자산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자산가치의 두 축은 경제적 안정과 육체적 건강이다. 은퇴자산은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축적할 수 있지만, 건강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스스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얼마나 관리하느냐에 따라 저마다의 자산가치가 달라진다.

건강한 육체는 겉모습과 내면을 다 아름답게 해 준다. 이는 캐서린 하킴 전 런던정치경제대 교수가 얘기한 ‘매력자본(erotic capital)’의 한 요소이기도 하다. 매력자본은 타고난 외모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건강과 사회적인 열정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체중 관리를 잘 한 ‘매력적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비호감형 인물’보다 월급을 15%나 더 받고 빨리 승진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매력적으로 나이 드는 것은 모든 사람의 꿈이다. 이들의 꿈을 이뤄 줄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매력자본을 키우는 개인이 늘어나면 장수경제의 미래도 그만큼 밝을 것이다.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