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특권의식·기획사 '덮어주기'식 관리 문제"…인성교육도 취약
'승리게이트'서 정준영 '몰카' 파문…"연예계 도덕적 해이 심각"
연예계 '어두운 단면'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엮여 드러나는 형국이다.

오랜 시간 곪아있던 도덕적 해이가 꼬리를 물고 터져나왔다.

당초 시작은 마약 투약 및 유통, 성범죄 등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이었다.

빅뱅의 승리가 이 클럽 실소유주란 의혹이 나왔고,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이 추가되며 강한 충격파가 됐다.

그러자 성접대 의혹 대화가 오간 승리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포함된 연예인이 정준영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본격적으로 '승리 게이트'로 불리며 연예계로 번졌다.

정준영이 다른 지인들과 카톡방에서 몰래 찍은 성관계 영상을 공유하는 파렴치한 성범죄가 드러나 사건은 다시 '몰카' 파문으로 국면 전환을 했다.

상황이 급전개되는 범죄 영화처럼 이번 사건은 연예인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세상 밖으로 꺼냈다.

범죄 행위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강력한 사법처리를 통해 재발 방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준영도 13일 사과문에서 "저는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여성을 촬영하고 이를 SNS 대화방에 유포했고 그런 행위를 하면서도 큰 죄책감 없이 행동했다"고 말했다.

정준영 카톡방 참여자들은 여성들을 성(性) 상품처럼 취급하고, 여성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관계를 하는 등 범죄 행위를 게임처럼 즐겼다.

'강간했네', '살인만 안했지 구속될 일 많아'란 대화는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당연히 이들의 대화에선 영상 유출로 인한 상대 여성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요즘 같은 '비밀보장'이 어려운 SNS 시대에 불법 촬영물을 공유했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무서움조차 없는 모습이었다.
'승리게이트'서 정준영 '몰카' 파문…"연예계 도덕적 해이 심각"
그 배경에는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여기는 연예인의 특권의식, 또 연예인이 문제를 일으키면 덮기에 급급하고 슬그머니 활동을 재개시키는 기획사들의 일명 '관리' 행태에서 문제를 찾아볼 수 있다.

14년 경력의 한 홍보사 대표는 "부와 인기를 누리는 스타가 되면 특권의식이 생긴다"며 "'나는 안 걸리겠지, 걸려도 알아서 빼주겠지'란 생각이다.

누리꾼이 '승리 사건을 보며 회사에서 손 써주겠네'라고 보는 것도 이미 대중이 그 메커니즘을 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획사들이 말하는 '리스크 매니지먼트'란 것도 인성교육 등 예방 차원보다는 사건이 터진 뒤 대처가 일반적이다.

연예인 일탈이 소속사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소속사 관리란 것은 문제를 막아주는 방식"이라며 "범죄 사실이 덮인다는 것은 또다시 범죄를 저질러도 덮어주겠지란 생각을 갖게 한다.

관리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승리 사건이 불거지면서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 것도 그 때문이다.

정 평론가는 "아이의 잘못은 그것을 둘러싼 어른들의 문제가 더 클 수 있다"며 "K팝 대표 기획사라는 YG가 상당히 방치한 부분이 있거나 잘못된 마인드가 있다면 그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여년 경력의 한 가요 관계자도 "YG는 소속 연예인의 도덕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됐지만 개선하지 않았다"며 "그것은 결국 오너 책임으로 YG는 상장사인데도 그런 책임감조차 없었다.

결국 주가 폭락에 '오너 리스크'가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승리와 같은 아이돌 가수의 경우 10대 때부터 연습생 교육을 받는다는 점에서 기획사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청소년기 그릇된 행동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하고 다수 기획사가 관련 교육에 취약하고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은 지난 2015년 트와이스를 뽑는 엠넷 리얼리티 '식스틴'에서 연습생들에게 실력보다 인상을 강조했다.

그는 진실, 성실, 겸손의 중요성을 꼽은 뒤 "좋은 가수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