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에서 새롭게 출시한 맥주 '테라'
하이트진로에서 새롭게 출시한 맥주 '테라'
국내 맥주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하이트진로가 2013년 이후 6년 만에 '청정라거 - 테라(TERRA)'(이하 '테라')를 오는 21일 출시한다. 맥주사업 적자에 따른 위기 의식과 해외 맥주 공세에 밀린 시장 점유율을 되찾겠다는 분석이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2층 그랜드볼룸에서 김인규 대표 등 하이트진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 맥주 테라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 대표는 "하이트진로는 맥주산업의 치열한 경쟁과 수입 맥주의 파상공세로 점유율이 하락하며 그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며 "테라 출시로 어렵고 힘들었던 맥주사업의 마침표를 찍고 반드시 재도약의 틀을 마련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창립 100주년을 5년 앞둔 하이트진로는 소주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과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판삼아 반드시 맥주시장을 되찾을 것"이라며 "품질과 디자인, 콘셉트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테라가 그 선봉에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틴어로 흙, 대지, 지구를 뜻하는 테라는 전세계 공기질 부문 1위를 차지한 호주에서도 청정지역으로 유명한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맥아만을 100% 사용하고 발효 공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리얼탄산만을 100%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트진로는 초미세먼지 경보가 일상화되어 청정, 자연, 친환경 등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맛을 실현해서 대중성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테라는 발효 공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리얼탄산만을 100% 담았고 리얼탄산을 별도로 저장하는 기술과 장비를 새롭게 도입했다.

무엇보다 맥주사업 적자에 따른 위기감이 신제품 출시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하이트진로 내부적으로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신제품 출시 대신 인기를 끌고 있는 '필라이트'에 집중하자는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트진로는 1996년부터 2012년까지 '하이트'로 국내 맥주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했지만 2012년에는 오비맥주에 시장 1위를 내줬다. 또 2014년부터 영업적자로 돌아서면서 5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하이트의 시장점유율도 한 때 50~60%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에는 25% 안팎으로 떨어졌다. 하이트진로의 맥주사업부문은 지난해 3분기까지 100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냈고 5년째 적자가 이어지면서 누적 손실은 900억 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소용 채널에서는 '카스'에, 가정용 채널에서는 수입맥주와 지역 맥주에 밀리면서 하이트 맥주가 설 자리를 점점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며 "업소용 채널에선 점유율이 최근 10%대까지 추락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하이트진로의 이번 테라 출시 기자간담회에서는 신제품 출시에 대한 기대감보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맥주사업을 접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비장함이 더 컸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이번 신제품은 원료, 공법부터 패키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완전히 차별화했다"며 "청정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소통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맥주 제품으로는 이례적으로 녹색병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영목 하이트진로 홍보실 상무는 "레귤러 라거 시장에서는 최초로 녹색병을 사용해 미세먼지로 청정감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100% 반영했다"며 "품질에서 갈색병과의 차이는 없을 뿐더러 청정 콘셉트에 잘 어울린다는 사전 평가가 압도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귤러 라거 시장을 잡아야 맥주시장에서의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고 적자도 타개할 수 있다"며 "고급감과 세련미, 아주 영(Young)하지도, 너무 올드하지 않으면서 남성적이지도 여성적이지도 않게 콘셉트를 잡았다"고 했다.

기자가 맛본 테라는 하이트에 비해 단맛과 깔끔함이 확실히 뚜렷했다. 녹색병에 대한 낯선 느낌도 시간이 지날수록 청정함으로 다가왔다.

한편 테라는 오는 21일 첫 출고 이후 전국 대형마트, 편의점 등 가정 채널과 음식점, 유흥업소 등 유흥 채널에서 동시 판매될 예정이다. 알코올 도수는 4.6%이며 출고가격은 기존 맥주와 동일하다.
'벼랑 끝' 하이트진로, 녹색병 맥주 '테라'로 승부수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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