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문제 둘러싼 여러 정세 종합적 고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3일 올해 유엔인권이사회에선 유럽연합(EU)과 과거 11년 동안 함께 진행했던 북한인권 결의안 작성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북한에 의한 자국민 납치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문제라고 주장하며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맡았던 북한 비판 역할을 회피함에 따라 북한 측 반응이 주목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북·미 정상회담 결과와 납치문제 등을 둘러싼 모든 정세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日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주도 않겠다"
그는 "납치문제에 대해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이 주체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고, 다음은 자신이 직접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 앉아야 한다고 했다"면서 "납치피해자 가족들이 고령화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의 빠른 해결을 위해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단성 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인권결의안이 유럽연합(EU) 주도로 제출될 경우의 대응에 대해선 "관계국 간에 조정 중"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대북 비난 인권결의안을 2008년부터 유럽연합(EU)과 공동 제출해 왔다며 아베 총리가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정상회담을 실현하기 위해 북측의 태도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스가 장관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안이한 타협을 하지 않는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 한층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 4월 13일이 시한인 수출입 전면 금지, 북한 선박 입항 금지를 뼈대로 한 일본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 해제 여부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대북 제재 조치는 연장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2003년 유엔인권이사회의 전신인 인권위원회에서 처음 채택된 뒤 지난해까지 인권이사회에서 16년 연속 채택됐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40차 유엔인권이사회는 폐회 직전인 오는 21일이나 22일 북한인권결의안을 상정해 채택 여부를 논의한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촉구해온 일본은 EU와 교대로 공동작업을 통해 결의안 초안 작성 작업과 상정을 주도해 왔다.

◇ 일본인 납치 문제 = 1970~1980년대 있었던 일본인 납치 문제는 북한이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13명의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공식화됐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인정하고 있는 납북 피해자는 총 17명이다.

이들 중 5명을 고이즈미 전 총리 방북 후 일시귀환 형태로 돌려보낸 북한은 나머지 8명은 사망해 이제 생존 피해자는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납북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다른 4명은 아예 북한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북한은 '더는 피해자가 없는데 돌려보내라'는 요구를 일본 측이 한다는 것이고, 일본은 북한이 실상을 숨긴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상회담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형국이라 절충점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아베 정부는 납치문제 해결 없이는 북·일 국교 정상화는 있을 수 없다며 모든 납북자의 귀국을 실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정책 목표를 천명하고 있다.

한편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국내·외에서 실종 신고된 자국민 가운데 총 883명도 북한에 납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상으로 분류해 놓고 단서를 쫓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