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협銀, '아현화재 KT' 백업 무선망 사업서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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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아현지사 화재로 '결제 불통'
KT, 금융계 신뢰 회복 시급
KT, 금융계 신뢰 회복 시급
농협은행이 무선 통신망 구축사업에서 지난해 11월 대형 화재 사고를 낸 KT를 배제하기로 했다. KT에만 맡겨둬서는 위험(리스크)이 너무 크다는 판단에서다. 유선 통신망 고도화 사업을 KT에 맡기려던 계획도 잠정 연기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새로운 무선망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번 사업은 기존에 깔려있는 유선 통신망(주 회선)과 유선 보조회선을 뒷받침할 무선망을 설치하는 게 골자다. 전국 농협은행 1150개 지점뿐 아니라 4700여 개에 이르는 단위 농협, 축협에 이 같은 무선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2013년 이후 KT 통신망만 써 왔다. 2013년부터는 유선 통신망, 2015년부터는 보조회선도 모두 KT 망을 활용했다. 농협은행이 KT 이외에 다른 통신망을 쓰는 것은 자체적으로 큰 변화다.
농협은행이 KT를 후보에서 제외하고 무선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서울 아현지사 화재’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농협은행은 당시 복수 통신망을 깔아둔 은행에 비해 피해가 컸다. 신한은행은 당시 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영업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일시적으로 통신장애가 발생했지만 바로 LG유플러스 무선망으로 백업 전환이 됐다. 반면 농협은행은 33개 ATM이 멈췄고 정상 가동에 하루 이상 소요됐다. 이 때문에 농협은행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다른 은행에 비해 컸다.
농협은행이 이번 무선망 사업자 후보에서 KT를 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KT 통신망만 쓰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며 “위험을 분산하고 예방하는 차원에서 다른 통신사의 무선망을 까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다음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중 한 곳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이르면 9월부터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KT가 아현지사 화재로 금융계 전반에 신뢰를 잃었다”며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점외 ATM에 KT 망만 쓰고 있다.
잠정 연기된 KT와의 통신망 고도화 사업은 무선망 사업을 마무리하는 대로 다시 검토한다는 게 농협은행의 방침이다. 이 사업은 농협은행과 단위 농협, 축협 등 전국 6200여 개 영업점에 깔린 유선통신망의 속도와 효율성을 개선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KT를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12월 본계약을 맺고 지난 1월부터 사업을 개시했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 KT가 이 사업에 사용할 장비를 중국 화웨이 제품으로 채택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안 우려가 제기되는 마당에 굳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써야 하느냐는 지적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농협은행은 KT 측으로부터 ‘보안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배상 등 책임을 지겠다’는 공문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로 KT를 정한 상황이어서 유선 통신망까지 다른 통신사로 바꿀 가능성은 낮다. 시골 농어촌까지 영업점이 뻗어있는 농협은행 특성상 도서벽지에 통신망이 깔려 있는 KT의 사업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새로운 무선망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번 사업은 기존에 깔려있는 유선 통신망(주 회선)과 유선 보조회선을 뒷받침할 무선망을 설치하는 게 골자다. 전국 농협은행 1150개 지점뿐 아니라 4700여 개에 이르는 단위 농협, 축협에 이 같은 무선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2013년 이후 KT 통신망만 써 왔다. 2013년부터는 유선 통신망, 2015년부터는 보조회선도 모두 KT 망을 활용했다. 농협은행이 KT 이외에 다른 통신망을 쓰는 것은 자체적으로 큰 변화다.
농협은행이 KT를 후보에서 제외하고 무선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서울 아현지사 화재’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농협은행은 당시 복수 통신망을 깔아둔 은행에 비해 피해가 컸다. 신한은행은 당시 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영업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일시적으로 통신장애가 발생했지만 바로 LG유플러스 무선망으로 백업 전환이 됐다. 반면 농협은행은 33개 ATM이 멈췄고 정상 가동에 하루 이상 소요됐다. 이 때문에 농협은행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다른 은행에 비해 컸다.
농협은행이 이번 무선망 사업자 후보에서 KT를 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KT 통신망만 쓰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며 “위험을 분산하고 예방하는 차원에서 다른 통신사의 무선망을 까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다음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중 한 곳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이르면 9월부터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KT가 아현지사 화재로 금융계 전반에 신뢰를 잃었다”며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점외 ATM에 KT 망만 쓰고 있다.
잠정 연기된 KT와의 통신망 고도화 사업은 무선망 사업을 마무리하는 대로 다시 검토한다는 게 농협은행의 방침이다. 이 사업은 농협은행과 단위 농협, 축협 등 전국 6200여 개 영업점에 깔린 유선통신망의 속도와 효율성을 개선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KT를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12월 본계약을 맺고 지난 1월부터 사업을 개시했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 KT가 이 사업에 사용할 장비를 중국 화웨이 제품으로 채택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안 우려가 제기되는 마당에 굳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써야 하느냐는 지적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농협은행은 KT 측으로부터 ‘보안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배상 등 책임을 지겠다’는 공문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로 KT를 정한 상황이어서 유선 통신망까지 다른 통신사로 바꿀 가능성은 낮다. 시골 농어촌까지 영업점이 뻗어있는 농협은행 특성상 도서벽지에 통신망이 깔려 있는 KT의 사업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