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이어폰·60만원 조명·10만원 베개…꿀잠에 투자하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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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환자 4년새 48% 급증
바디럽 마약베개 판매 100만개
코골이 방지 밴드 1년새 2배 팔려
바디럽 마약베개 판매 100만개
코골이 방지 밴드 1년새 2배 팔려
3조원대로 큰 수면시장
서울 마포에 사는 2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잠에 투자한다. 우선 음악을 들을 수 없는 보스 이어폰을 구매했다. 30만원대인 이 제품은 음악은 전혀 들을 수 없지만, 외부 소음을 차단해 숙면에 도움을 준다. 또 코골이 방지 테이프도 인터넷을 뒤져서 샀다. 잠들기 전에는 눈의 피로를 풀어준다는 ‘눈베개’를 덮는다. 사실상 눈과 귀, 입을 모두 막고 잔다. 그는 숙면을 취해야 낮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생각한다. 이달에 10만원짜리 베개도 살 예정이다.
A씨와 같이 숙면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20~30대가 늘고 있다. 수면 시장을 키우는 주요 소비자들이다. 이들을 겨냥해 전통적 수면 관련 업체 외에 전자, 통신, 의료회사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기능성 침구 시장도 커지고 있다.
불안한 20대 수면 시장으로
비디오커머스 기업인 블랭크코퍼레이션 사례는 젊은이들이 수면 관련 제품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브랜드 바디럽에서 최고 인기 상품은 마약베개다. 통째로 세탁기에 넣고 빨 수 있는 이 베개는 누적 판매량이 100만 개가 넘는다. 20~30대가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 마약베개가 흥행하자 마약 매트리스 등 후속 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실제 불면증과 불안장애 등으로 병원을 찾는 20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정신건강 질환 진료현황’에 따르면 2013년 8만3556명이던 불면증 환자 수는 2017년 12만3898명으로 48.3% 늘었다. 20대 증가율은 58.7%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불면증을 불러오는 불안장애를 겪는 20대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3년 2만4552명이던 환자 수가 2017년 4만3045명으로 75.3% 증가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취업난으로 사회 진입에 실패한 20대들이 불안장애와 불면증을 많이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다이슨·보스도 뛰어들어
이 시장에서 해외 기업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고가 시장이다.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은 지난달 조명기기 ‘라이트 사이클’을 국내 시장에 내놨다. 데스크형은 60만원대, 스탠드형은 90만원대에 달한다. 다이슨은 이 제품이 수면 주기를 제어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에 긍정적인 도움을 준다고 마케팅하고 있다. 다이슨 관계자는 “65세 이용자는 20세보다 최대 네 배 이상 더 밝은 빛이 필요하다”며 “적절한 조명을 이용하면 눈과 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국내 조명 제조사인 필룩스는 사람의 생체주기에 맞춘 ‘감성조명’을 개발했다. 아침에 깨어날 때 태양빛에 가까운 빛을 서서히 비추면서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스탠드 등이 대표적이다. 일출, 일몰, 한낮 등 시간에 따른 태양빛의 변화를 인공 조명에 담았다.
음향기기 회사인 보스는 지난해 수면 전용 이어폰 제품을 출시했다. 가격이 30만원대지만 음악은 들을 수 없다. 오로지 파도소리, 강물소리, 낙엽소리 등 백색소음만 들려준다. 지속적으로 나오는 편안한 소리가 외부 소음을 가려주는 ‘노이즈마스킹’이 적용된 제품이다. 이어폰은 뒤척이더라도 귀에서 잘 빠지지 않게 설계했다.
코로 숨쉬기 위해 입을 틀어막기도
코골이 방지 밴드와 테이프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제품도 등장했다. 잘 때 코가 아니라 입으로 숨쉬면 숙면에 방해가 된다는 점에 착안한 제품이다. 옥션과 G마켓에서 지난달 코골이 방지 밴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숙면 코밴드와 입벌림 방지 밴드 판매도 늘고 있다.
의사들이 개발한 제품도 있다. 치과의사인 박미라 뉴턴1665 대표는 효과를 본 환자들의 권유로 ‘콧숨닥터’를 출시했다. 입을 벌리고 자는 사람들이 입술 위에 붙이고 자면서 코로 숨을 쉬도록 유도하는 제품이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건강히 좋지 않았던 박 대표가 자신을 위해 개발했다.
베개와 이불 같은 침구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크다. 이브자리가 2014년 선보인 수면 전문 브랜드 ‘슬립앤슬립’ 매장을 찾는 소비자의 절반 이상은 20~30대다. 슬립앤슬립 관계자는 “로프티와 니시가와 등 일본에서 수입한 베개는 가격대가 10만원 이상인 고가 제품”이라며 “20~30대 젊은 고객들이 꿀잠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눈베개, 보디베개 등 기능성 베개의 종류도 늘어나는 추세다. 눈베개는 눈 부위를 찜질해 피로를 풀어준다. 죽부인처럼 생긴 보디베개는 잘 때 뒤척임이 많은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이처럼 건강에 민감한 20~30대가 숙면에 관심을 가지면서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수면산업협회 관계자는 “전통적인 수면산업인 가구나 침대 회사뿐만 아니라 전자기기 회사도 뛰어들고 있다”며 “국내 수면산업 연간 규모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서울 마포에 사는 2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잠에 투자한다. 우선 음악을 들을 수 없는 보스 이어폰을 구매했다. 30만원대인 이 제품은 음악은 전혀 들을 수 없지만, 외부 소음을 차단해 숙면에 도움을 준다. 또 코골이 방지 테이프도 인터넷을 뒤져서 샀다. 잠들기 전에는 눈의 피로를 풀어준다는 ‘눈베개’를 덮는다. 사실상 눈과 귀, 입을 모두 막고 잔다. 그는 숙면을 취해야 낮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생각한다. 이달에 10만원짜리 베개도 살 예정이다.
A씨와 같이 숙면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20~30대가 늘고 있다. 수면 시장을 키우는 주요 소비자들이다. 이들을 겨냥해 전통적 수면 관련 업체 외에 전자, 통신, 의료회사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기능성 침구 시장도 커지고 있다.
불안한 20대 수면 시장으로
비디오커머스 기업인 블랭크코퍼레이션 사례는 젊은이들이 수면 관련 제품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브랜드 바디럽에서 최고 인기 상품은 마약베개다. 통째로 세탁기에 넣고 빨 수 있는 이 베개는 누적 판매량이 100만 개가 넘는다. 20~30대가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 마약베개가 흥행하자 마약 매트리스 등 후속 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실제 불면증과 불안장애 등으로 병원을 찾는 20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정신건강 질환 진료현황’에 따르면 2013년 8만3556명이던 불면증 환자 수는 2017년 12만3898명으로 48.3% 늘었다. 20대 증가율은 58.7%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불면증을 불러오는 불안장애를 겪는 20대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3년 2만4552명이던 환자 수가 2017년 4만3045명으로 75.3% 증가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취업난으로 사회 진입에 실패한 20대들이 불안장애와 불면증을 많이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다이슨·보스도 뛰어들어
이 시장에서 해외 기업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고가 시장이다.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은 지난달 조명기기 ‘라이트 사이클’을 국내 시장에 내놨다. 데스크형은 60만원대, 스탠드형은 90만원대에 달한다. 다이슨은 이 제품이 수면 주기를 제어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에 긍정적인 도움을 준다고 마케팅하고 있다. 다이슨 관계자는 “65세 이용자는 20세보다 최대 네 배 이상 더 밝은 빛이 필요하다”며 “적절한 조명을 이용하면 눈과 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국내 조명 제조사인 필룩스는 사람의 생체주기에 맞춘 ‘감성조명’을 개발했다. 아침에 깨어날 때 태양빛에 가까운 빛을 서서히 비추면서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스탠드 등이 대표적이다. 일출, 일몰, 한낮 등 시간에 따른 태양빛의 변화를 인공 조명에 담았다.
음향기기 회사인 보스는 지난해 수면 전용 이어폰 제품을 출시했다. 가격이 30만원대지만 음악은 들을 수 없다. 오로지 파도소리, 강물소리, 낙엽소리 등 백색소음만 들려준다. 지속적으로 나오는 편안한 소리가 외부 소음을 가려주는 ‘노이즈마스킹’이 적용된 제품이다. 이어폰은 뒤척이더라도 귀에서 잘 빠지지 않게 설계했다.
코로 숨쉬기 위해 입을 틀어막기도
코골이 방지 밴드와 테이프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제품도 등장했다. 잘 때 코가 아니라 입으로 숨쉬면 숙면에 방해가 된다는 점에 착안한 제품이다. 옥션과 G마켓에서 지난달 코골이 방지 밴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숙면 코밴드와 입벌림 방지 밴드 판매도 늘고 있다.
의사들이 개발한 제품도 있다. 치과의사인 박미라 뉴턴1665 대표는 효과를 본 환자들의 권유로 ‘콧숨닥터’를 출시했다. 입을 벌리고 자는 사람들이 입술 위에 붙이고 자면서 코로 숨을 쉬도록 유도하는 제품이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건강히 좋지 않았던 박 대표가 자신을 위해 개발했다.
베개와 이불 같은 침구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크다. 이브자리가 2014년 선보인 수면 전문 브랜드 ‘슬립앤슬립’ 매장을 찾는 소비자의 절반 이상은 20~30대다. 슬립앤슬립 관계자는 “로프티와 니시가와 등 일본에서 수입한 베개는 가격대가 10만원 이상인 고가 제품”이라며 “20~30대 젊은 고객들이 꿀잠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눈베개, 보디베개 등 기능성 베개의 종류도 늘어나는 추세다. 눈베개는 눈 부위를 찜질해 피로를 풀어준다. 죽부인처럼 생긴 보디베개는 잘 때 뒤척임이 많은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이처럼 건강에 민감한 20~30대가 숙면에 관심을 가지면서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수면산업협회 관계자는 “전통적인 수면산업인 가구나 침대 회사뿐만 아니라 전자기기 회사도 뛰어들고 있다”며 “국내 수면산업 연간 규모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