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덫…연초 랠리서 소외된 은행·통신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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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율 규제'에 가라앉는 은행株
올 들어 은행주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중) 규제 강화 등의 ‘규제 리스크’가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는 분석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지수는 올 들어 0.44% 올랐다. 코스피지수(6.89%) 상승률에 크게 못 미친다.
‘은행 대장주’로 불렸던 KB금융은 올해 9.24% 떨어졌다. 지난 8일에는 1년 만에 최저가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BNK금융지주는 6.41% 하락했고, 지난달 13일 우리은행에서 변경 상장된 우리금융지주도 상장 첫날 대비 4.90%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올 들어 정체된 시장 금리와 예대율 산정 기준 변화 등 규제 이슈가 겹치면서 은행주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 예대율 규제는 은행의 대출금 총액이 예수금을 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은 예대율을 100%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고 중소기업 대출 등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예대율 규제 강화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예대율 산정에서 가계대출의 가중치는 15%포인트 올리고, 기업대출의 가중치는 15%포인트 낮추는 게 핵심 내용이다. 현재 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이 높아 새 규제가 적용되면 예대율이 올라간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강화된 예대율 규제를 적용하면 작년 말 기준 국민은행의 예대율은 99.6%에서 105.6%로, 신한은행은 99.2%에서 104.3%로 높아진다. 은행들은 규제 준수를 위해 가계대출을 축소하거나 예수금을 늘려야 한다. 최근 은행들이 앞다퉈 연 3~4%대 고금리 예금 상품을 내놓은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규제를 의식해 예대율 관리에 들어가면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대율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작년 4.39%에서 올해 2.7%로 크게 줄어들면서 올해 국내 은행의 순이익 규모도 지난해보다 2조원가량 감소한 9조800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은행주가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는 만큼 지금이 매수할 타이밍”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46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5G요금 비싸다" 퇴짜 맞은 통신株
연초 랠리에서 소외됐던 통신 3사의 약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통신주는 올해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5G 상용화 지연으로 주가도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텔레콤은 2500원(1.01%) 떨어진 24만5500원에 마감했다. 6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KT도 0.18% 떨어졌고, LG유플러스는 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주가는 각각 5.76%, 2.81%, 2.00% 하락했다.
통신 3사는 올해 증시의 ‘청개구리’였다. 코스피지수는 1월에 8.03% 반등하며 깜짝 랠리를 펼친 뒤 횡보세에 들어섰지만 통신 3사는 매달 낙폭을 키웠다. 작년 말 기준 37조2483억원에 달했던 통신 3사의 시가총액은 13일 기준 33조4610억원까지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5G 상용화라는 대형 호재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정부는 이달 말에 세계 최초 상용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산업계에 따르면 5G 상용화는 4월로 미뤄질 것이 유력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5G 스마트폰 제품들이 품질 안정화 및 부품 수급 문제로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SK텔레콤의 5G 요금제를 반려해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지난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이 인가 신청한 5G 이용약관을 반려하며 “SK텔레콤이 신청한 요금제는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반려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는 것은 사실상 통신 3사에 요금인하를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악재가 이어지면서 증권가에서는 통신 3사를 바라보는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통신 3사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조5429억원이다. 지난해 3월 당시 전망치에 비해 13.23% 줄었다.
다만 현재의 주가 조정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저가 요금제가 출시된다고 해도 가입자들은 월 6만5000원대 요금제에 몰릴 것”이라며 “이미 하향된 실적 전망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형주/전범진 기자 ohj@hankyung.com
올 들어 은행주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중) 규제 강화 등의 ‘규제 리스크’가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는 분석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지수는 올 들어 0.44% 올랐다. 코스피지수(6.89%) 상승률에 크게 못 미친다.
‘은행 대장주’로 불렸던 KB금융은 올해 9.24% 떨어졌다. 지난 8일에는 1년 만에 최저가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BNK금융지주는 6.41% 하락했고, 지난달 13일 우리은행에서 변경 상장된 우리금융지주도 상장 첫날 대비 4.90%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올 들어 정체된 시장 금리와 예대율 산정 기준 변화 등 규제 이슈가 겹치면서 은행주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 예대율 규제는 은행의 대출금 총액이 예수금을 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은 예대율을 100%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고 중소기업 대출 등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예대율 규제 강화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예대율 산정에서 가계대출의 가중치는 15%포인트 올리고, 기업대출의 가중치는 15%포인트 낮추는 게 핵심 내용이다. 현재 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이 높아 새 규제가 적용되면 예대율이 올라간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강화된 예대율 규제를 적용하면 작년 말 기준 국민은행의 예대율은 99.6%에서 105.6%로, 신한은행은 99.2%에서 104.3%로 높아진다. 은행들은 규제 준수를 위해 가계대출을 축소하거나 예수금을 늘려야 한다. 최근 은행들이 앞다퉈 연 3~4%대 고금리 예금 상품을 내놓은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규제를 의식해 예대율 관리에 들어가면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대율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작년 4.39%에서 올해 2.7%로 크게 줄어들면서 올해 국내 은행의 순이익 규모도 지난해보다 2조원가량 감소한 9조800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은행주가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는 만큼 지금이 매수할 타이밍”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46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5G요금 비싸다" 퇴짜 맞은 통신株
연초 랠리에서 소외됐던 통신 3사의 약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통신주는 올해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5G 상용화 지연으로 주가도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텔레콤은 2500원(1.01%) 떨어진 24만5500원에 마감했다. 6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KT도 0.18% 떨어졌고, LG유플러스는 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주가는 각각 5.76%, 2.81%, 2.00% 하락했다.
통신 3사는 올해 증시의 ‘청개구리’였다. 코스피지수는 1월에 8.03% 반등하며 깜짝 랠리를 펼친 뒤 횡보세에 들어섰지만 통신 3사는 매달 낙폭을 키웠다. 작년 말 기준 37조2483억원에 달했던 통신 3사의 시가총액은 13일 기준 33조4610억원까지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5G 상용화라는 대형 호재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정부는 이달 말에 세계 최초 상용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산업계에 따르면 5G 상용화는 4월로 미뤄질 것이 유력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5G 스마트폰 제품들이 품질 안정화 및 부품 수급 문제로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SK텔레콤의 5G 요금제를 반려해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지난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이 인가 신청한 5G 이용약관을 반려하며 “SK텔레콤이 신청한 요금제는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반려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는 것은 사실상 통신 3사에 요금인하를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악재가 이어지면서 증권가에서는 통신 3사를 바라보는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통신 3사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조5429억원이다. 지난해 3월 당시 전망치에 비해 13.23% 줄었다.
다만 현재의 주가 조정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저가 요금제가 출시된다고 해도 가입자들은 월 6만5000원대 요금제에 몰릴 것”이라며 “이미 하향된 실적 전망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형주/전범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