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오른쪽)가 13일 국회에서 이해찬 대표가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오른쪽)가 13일 국회에서 이해찬 대표가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에 빗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한국당도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를 연설 방해 등을 이유로 윤리위에 맞제소하면서 여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여야 지도부의 동반 윤리위 제소는 국회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나 원내대표 발언을 집중 성토했다. 전날 “국가원수 모독죄”라며 맹비난한 이 대표는 “대통령과 국민을 모독하는 발언을 보면서 ‘자포자기하는 발언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 기조를 보면 한국당의 전당대회에서 (후보들이) 극단적인 발언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며 “그 모습을 원내대표가 하는 것을 보면서 ‘앞길이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 발언은 국민을 분열시키는 혐오의 정치이자 몽니”라고 비판했다. 박광온 최고위원 등도 “대통령에 대한 막말은 모독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를 뽑은 국민과 헌법까지 모독한 것”이라고 날을 세우는 등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은 본회의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 128명 전원 명의로 나 원내대표를 윤리위에 제소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은 이 같은 민주당 움직임에 맞제소로 대응하며 ‘좌파독재 정권의 의회 장악 폭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권력기관, 사법부, 언론을 장악한 이 정권이 이제 의회까지 장악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이 정부의 독재적 폭정에 결연히 투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날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청와대 눈치를 봐도 너무 심하게 보는 것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여야 협상을 책임지는 원내사령탑의 동반 윤리위 제소를 계기로 여야 간 대치가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선거제도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경수사권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법안을 처리하는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올린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경고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