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2000억원 내라고?"…세운4구역 토지주 반발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을지로 세운4구역(사진) 토지주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발생한 사업비를 토지주들에게 떠넘긴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사업을 중단하고 2000억원의 사업비를 SH공사가 부담해야 한다”며 “부당하게 책정한 토지 감정가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운4구역 비상대책위원회는 토지주들에게 “SH공사가 지주들에게 손해를 입히고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안내문을 발송했다고 13일 밝혔다. 대책위는 “인근 세운3구역과 5구역은 사업 지연 등으로 인해 각각 1400억원, 1700억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했지만 사업시행자가 부담했다”며 “SH공사가 그동안 사용한 사업비 약 2000억원을 모두 지주들에게 부담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SH공사가 2000억원을 지주들에게 부담하도록 하면 감당해야 할 금액이 3.3㎡당 2200만원이나 된다”며 “이럴 경우 지주들이 최고 세율 42%에 달하는 토지 양도소득세를 내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H공사가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SH공사가 세운4구역 개발사업에 2013년 말까지 투입한 비용은 총 1461억원이다. 세운4구역 상인들을 이주시키는 데 사용한 대체영업장 공사비, 임차료와 금융비, 설계비 등이다.

"사업비 2000억원 내라고?"…세운4구역 토지주 반발
대책위 관계자는 “2014년 이후에도 매년 비용이 발생해 현재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또 SH공사가 4구역의 토지 감정가를 공시지가보다 낮췄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통상 감정가는 공시지가의 130~150%로 결정되는데 SH공사가 4구역 토지에 대한 보상을 위해 조사한 감정가는 공시지가보다도 낮다”며 “이는 SH공사가 지주들 보상비를 낮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세운4구역은 종로구 예지동 85 일대(2만9854㎡)에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재개발 구역 중 유일하게 통합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비 4400억원을 들여 연면적 30만㎡ 규모 복합시설을 조성한다. SH공사는 세운4구역 일대에 조성되는 오피스텔, 판매시설, 업무시설, 숙박시설 등을 조합원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분양한다.

토지주는 총 350명 정도이며 이 중 공동소유주를 제외한 대표 지주가 160명이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인 80명의 대표지주가 대책위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정비사업을 중단하고, 사업비 2000억원을 SH공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존 토지 감정을 백지화한 후 새로 감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영호 대책위원장은 “현재 SH공사와 주민대표회의 임원진 등을 대상으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최진석/구민기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