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규제…초기 재건축 단지 "정비사업 재고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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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재건축 전과정 개입 발표
정비사업 단지 반응
성산시영·목동1~14단지 등 사업 장기화 우려
정비사업 단지 반응
성산시영·목동1~14단지 등 사업 장기화 우려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전 과정에 개입해 층수, 디자인, 단지분할 등을 사실상 결정하겠다고 지난 13일 발표하면서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가 공공성에 초점을 맞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사업성 추락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로 재건축 단지 투자 매력이 확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 반발
이번 발표로 재건축 초기 단지는 사업 추진 여부부터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다. 서울시는 정비계획 수립 이전 단계부터 개입해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을 주민에게 먼저 제시할 예정이다.
올초 재건축 설명회를 연 양천구 목동·신정동 일대 주공1~14단지, 정밀안전진단을 준비 중인 마포구 성산시영 등 재건축 초기 단지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목동 일대 재건축 단지 주민 모임인 양천연대 관계자는 “일부 단지에선 당분간 재건축 추진을 하지 않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몇몇 단지는 정밀 안전진단을 위해 모금에 나서는 등 사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부는 안전진단 신청 시점부터 재고할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추진 단지 관계자는 “공공의 가이드라인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면 조합원 간 이견이 생겨 사업이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자체 정비계획을 마련한 단지도 걱정이다. 건축설계 단계에서 현상설계 공모와 공공건축가와의 협업 등을 필수로 거쳐야 해서다. 설계사 선정을 하지 못한 강남구 압구정 3~5구역, 대치미도, 개포경남1~2차·개포우성3차·개포현대1차 통합재건축 등이 그런 예다. 서초구 반포 일대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강남권 주요 단지는 이미 건축계획 등을 수립할 때 공공건축가가 많이 개입하고 있다”며 “기존에도 스카이라운지, 문주 등 특화설계 반영안을 놓고 실랑이를 벌인 곳이 많은데 공공의 개입 강도가 더 세지면 심각한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 4곳에서 시범사업을 해보고 새 규정 적용 대상 범위를 확정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지는 재건축·재개발 구역 중 구릉지, 대단지 등 유형을 다양화해 선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범사업 후 제도를 정교화해 적용 구역을 정할 것”이라며 “아직 정비계획이 결정되지 않은 곳은 제도를 모두 적용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2030년엔 100만 가구가 적용 대상
가이드라인과 함께 도입되는 아파트 조성 기준도 정비사업의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는 서울에서 시행되는 모든 아파트 정비사업에 적용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166만여 가구 중 56%인 약 93만 가구가 2030년에 재건축 연한(준공 30년)을 넘긴다. 새 원칙에 따르면 새 단지는 150m×100m 규모를 넘어설 수 없다. 곳곳에 외부와 연결되는 보행로를 만드는 등 열린 공간으로 조성한다. 대단지를 중소 규모 단지 여러 개로 쪼개겠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또 아파트지구, 택지지구 등 대단지 아파트 밀집지역에 대해선 전체적인 지구단위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지구단위계획이 나오기 전엔 각 구역이 정비계획을 내밀어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정비계획을 심의할 때 주변 단지를 비롯해 일대 지역과의 도시계획 정합성, 녹지·통경축, 일조·조망권 등을 따지다보면 개별 사업이 속도를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재건축에서 이른바 성냥갑 아파트를 지양하도록 하는 기조도 사업성엔 ‘독’이 될 전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상한 용적률만큼 성냥갑 모양으로 단지를 지어야 일반분양분을 충분히 확보해 사업 이익이 난다”며 “디자인을 다양화하고 심의 절차가 까다로워지면 사업이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건축 투자 매력 뚝”
주택업계에선 재건축 투자 매력이 확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부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더해 사업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새 규제가 사업 단계마다 더해져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18주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재건축 단지는 이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정밀안전진단 강화, 이주시기 조율, 청약 시 입주권보유자 무주택자격 박탈 등 규제의 수위가 높은 편”이라며 “여기다 올해 대출 규제, 보유세 인상, 정비사업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가격 조정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작을 것이란 평이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카페 대표(필명 붇옹산)는 “서울 내 재개발 대상지는 대부분 정비계획을 수립해 정비구역 지정을 받았다”며 “사전 공공기획을 적용받는 초기 단계가 많지 않아 재건축보다는 영향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이주현 기자 always@hankyung.com
이번 발표로 재건축 초기 단지는 사업 추진 여부부터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다. 서울시는 정비계획 수립 이전 단계부터 개입해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을 주민에게 먼저 제시할 예정이다.
올초 재건축 설명회를 연 양천구 목동·신정동 일대 주공1~14단지, 정밀안전진단을 준비 중인 마포구 성산시영 등 재건축 초기 단지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목동 일대 재건축 단지 주민 모임인 양천연대 관계자는 “일부 단지에선 당분간 재건축 추진을 하지 않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몇몇 단지는 정밀 안전진단을 위해 모금에 나서는 등 사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부는 안전진단 신청 시점부터 재고할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추진 단지 관계자는 “공공의 가이드라인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면 조합원 간 이견이 생겨 사업이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자체 정비계획을 마련한 단지도 걱정이다. 건축설계 단계에서 현상설계 공모와 공공건축가와의 협업 등을 필수로 거쳐야 해서다. 설계사 선정을 하지 못한 강남구 압구정 3~5구역, 대치미도, 개포경남1~2차·개포우성3차·개포현대1차 통합재건축 등이 그런 예다. 서초구 반포 일대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강남권 주요 단지는 이미 건축계획 등을 수립할 때 공공건축가가 많이 개입하고 있다”며 “기존에도 스카이라운지, 문주 등 특화설계 반영안을 놓고 실랑이를 벌인 곳이 많은데 공공의 개입 강도가 더 세지면 심각한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 4곳에서 시범사업을 해보고 새 규정 적용 대상 범위를 확정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지는 재건축·재개발 구역 중 구릉지, 대단지 등 유형을 다양화해 선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범사업 후 제도를 정교화해 적용 구역을 정할 것”이라며 “아직 정비계획이 결정되지 않은 곳은 제도를 모두 적용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2030년엔 100만 가구가 적용 대상
가이드라인과 함께 도입되는 아파트 조성 기준도 정비사업의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는 서울에서 시행되는 모든 아파트 정비사업에 적용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166만여 가구 중 56%인 약 93만 가구가 2030년에 재건축 연한(준공 30년)을 넘긴다. 새 원칙에 따르면 새 단지는 150m×100m 규모를 넘어설 수 없다. 곳곳에 외부와 연결되는 보행로를 만드는 등 열린 공간으로 조성한다. 대단지를 중소 규모 단지 여러 개로 쪼개겠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또 아파트지구, 택지지구 등 대단지 아파트 밀집지역에 대해선 전체적인 지구단위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지구단위계획이 나오기 전엔 각 구역이 정비계획을 내밀어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정비계획을 심의할 때 주변 단지를 비롯해 일대 지역과의 도시계획 정합성, 녹지·통경축, 일조·조망권 등을 따지다보면 개별 사업이 속도를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재건축에서 이른바 성냥갑 아파트를 지양하도록 하는 기조도 사업성엔 ‘독’이 될 전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상한 용적률만큼 성냥갑 모양으로 단지를 지어야 일반분양분을 충분히 확보해 사업 이익이 난다”며 “디자인을 다양화하고 심의 절차가 까다로워지면 사업이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건축 투자 매력 뚝”
주택업계에선 재건축 투자 매력이 확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부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더해 사업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새 규제가 사업 단계마다 더해져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18주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재건축 단지는 이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정밀안전진단 강화, 이주시기 조율, 청약 시 입주권보유자 무주택자격 박탈 등 규제의 수위가 높은 편”이라며 “여기다 올해 대출 규제, 보유세 인상, 정비사업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가격 조정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작을 것이란 평이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카페 대표(필명 붇옹산)는 “서울 내 재개발 대상지는 대부분 정비계획을 수립해 정비구역 지정을 받았다”며 “사전 공공기획을 적용받는 초기 단계가 많지 않아 재건축보다는 영향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이주현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