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이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건 업황이 꺾이고 실적이 나빠진 탓만은 아니다. 규제 법안 및 친(親)노동정책,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등 각종 악재가 끊임없이 터져나와 기업들이 숨도 못 쉴 지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기업들 사이에서 “손발이 다 묶여 있는데 어떻게 제대로 뛸 수 있겠느냐”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기업하기 정말 힘들다”는 탄식도 부쩍 늘었다.

거미줄 규제에 경영간섭·수사까지…기업들 "손발 다 묶어놓고 뛰라니…"
재계의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 법안이다. 정부와 여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두고 상법 및 공정거래법,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등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어서다. 재계는 이들 법안이 여야 간 ‘주고받기식’으로 거래돼 국회 문턱을 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등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고 기업이 세운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달 말 내놓을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에도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사내 도급과 재하청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와 헤지펀드들이 잇따라 ‘경영 간섭’에 나서며 기업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 원년을 맞아 기관과 주주들이 잇따라 경영 개입에 나서면서 기업과의 갈등이 커지는 추세다.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은 기업들의 고민도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및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친노동정책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다. 툭하면 파업을 벌이는 강성 노동조합 때문에 생사를 걱정해야 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이런 와중에 기업을 향한 사정당국의 ‘칼끝’도 매서워지고 있다. 30대 그룹에 속한 웬만한 기업은 번갈아가며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감독기관의 수사 및 조사 대상에 오르고 있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이런 분위기에서 어느 기업이 신규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느냐”고 되물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